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모기들의 활동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이 모기 발생량을 수치화한 '모기지수'는 5월 마지막 주, 165까지 상승했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넘게 높은 수치입니다.
그만큼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말라리아는 올해도 이른 시기부터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여상구/질병관리청 인수공통감염병관리과장 : "올해도 채집 지점에서 발견되는 모기 개체 수가 작년보다 증가하였는데요. 온난화로 인해 모기 성장 속도가 빨라진 데다 도시화에 따른 하천 정비 등으로 과거에 비해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평균 기온이 높아지고 따뜻한 기간이 길어지면 모기 활동도 봄부터 가을까지로 길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모기의 활동 기간이 길어지는 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말라리아를 한 여름, 특정 지역에서만 걸리는 질환 정도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이다하/서울시 광진구 : "그냥 일반적인 모기들은 흔히 지내다가 물리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말라리아를 공원에서 놀다가 물렸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험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데요.
최근에는 공원과 산책로, 하천변 등 우리가 자주 찾는 공간에서도 말라리아 감염 사례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말라리아 환자 10명 가운데 7명 가까이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감염됐는데요.
특히 야간 러닝이나 산책처럼 밤 시간대 야외 활동이 늘면서 말라리아 매개 모기와 접촉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상구/질병관리청 인수공통감염병관리과장 : "과거에는 말라리아 위험 지역이 휴전선 접경 지역에 국한되었으나 현재는 수도권 지역까지 위험 구역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최근 산책, 낚시, 캠핑 등 다양한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모기에게 물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얼룩날개모기는 주로 논, 수풀, 습지 등에 서식하고 일몰 직후부터 일출 직전까지 야간에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문제는 말라리아에 감염돼도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인데요.
초기에는 발열과 오한, 두통과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 여름 감기나 몸살 정도로 오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름철 냉방병과도 증상이 비슷해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하고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문성진/서울시 서남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 "보통 감기라면 콧물이나 기침, 목 아픔 등의 호흡기 증상이 있는데 말라리아는 기침이나 콧물, 가래가 없습니다. 또 열이 나는 양상도 굉장히 특이한데요. 감기는 열이 하루 종일 꾸준하게 지속된다면 말라리아는 이틀이나 사흘 간격으로 오한과 고열 그리고 땀을 쏟으면서 열이 떨어지는 패턴을 반복하게 되는 차이가 있겠습니다."]
말라리아는 백신이 따로 없어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해 질 무렵 이후 야외 활동을 할 때는 긴소매 옷을 입고 노출된 피부에는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요.
집 안으로 모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방충망이 훼손된 곳은 없는지 미리 확인해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더위를 피해 찾은 저녁 산책로와 공원. 하지만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 역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말라리아는 더 이상 특정 지역만의 질환이 아닌 만큼, 익숙한 일상 공간에서도 모기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