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저녁,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0대 아버지가 숨지고 60대 딸이 크게 다쳤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의 감식 결과, 현장의 소형 선풍기에서 전선이 끊어지며 불꽃이 튀는 이른바 '전기적 단락' 흔적이 확인됐는데요.
9일 뒤 경남 김해의 한 건물 옥상에서도 불이나 6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습니다.
불은 에어컨 실외기에서 처음 시작됐는데요.
때 이른 더위에 선풍기와 에어컨을 켜기 시작하는 요즘, 겨우내 멈춰 있던 냉방기기를 별다른 점검 없이 그대로 사용했다간 이처럼 예상치 못한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선풍기에서 난 불은 158건.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는데요.
에어컨 화재 역시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선풍기의 경우 모터 내부에 먼지가 쌓이면 과열로 이어지기 쉬운데요.
오래 사용한 제품일수록 전선 손상까지 더해지면서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장봉진/서울 영등포소방서 현장안전팀장 : "선풍기 모터에 쌓인 먼지는 가연물로서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습기가 차면 전류가 먼지를 타고 흐르면서 강한 열이 스파크와 함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에어컨 역시 안심할 수 없는데요.
실외기 주변에 먼지나 물건을 쌓아둬 통풍이 원활하지 않으면 뜨거운 열이 쌓이면서 과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전력 소모가 큰 에어컨을 여러 가전제품과 함께 하나의 멀티탭에 연결해 사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할 사용 습관인데요.
[이훈기/국립소방연구원 화재원인분석팀 연구사 : "에어컨을 다른 가전제품과 함께 연결해 사용하면 여러 제품이 동시에 전력을 사용하게 되면서 멀티탭에 흐르는 전류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 경우 멀티탭이 감당해야 하는 전기의 양이 많아지게 되고 과부하 상태가 지속되면 전선 피복이 손상되거나 절연 성능이 저하되어 단락이나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냉방기기 화재의 경우 위험 신호가 있어도 놓치기 쉽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선풍기의 회전 속도가 느려지거나, 에어컨에서 평소와 다른 소음과 진동이 느껴진다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데요.
화재로 이어지기 전, 기기가 보내는 경고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용재/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전기제품들도 자기가 뭔가 움직이기가 힘들면 바로 나타나는 게 열이 발생하는 거예요. 초여름이 돼서 냉방기기를 켜실 때 평상시에 나지 않던 타는 냄새라든지 또는 전선이나 콘센트가 변색했거나 전선이 손상돼 있거나 이런 건 절대 사용하시면 안 되고 반드시 전문가의 점검과 수리를 받으신 다음에 사용하셔야 하고요."]
냉방기기 화재를 예방하려면 사용 전 점검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선풍기는 모터 주변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고, 에어컨은 실외기실 창문을 열어 통풍이 원활하게 해야 합니다.
또, 멀티탭을 사용할 때는 과부하 차단 기능이 있는 제품인지 꼭 확인해야 하는데요.
[이용재/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냉방기기는) 다른 전자기기에 비해서 좀 오래 쓰는 경향이 있어요. 무신경하게 그냥 매번 습관적으로 여름철에 트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인들은 전문가가 아니니까 육안으로 밖에 확인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전선이 흉해졌고, 콘센트가 흉해졌고 실외기 주변에 쓰레기가 있고 그런 상태인 경우는 화재로 연결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는 얘기죠."]
냉방기기 화재는 대부분 쌓여 있던 먼지와 낡은 전선, 그리고 무심코 지나친 작은 이상에서 시작됩니다.
선풍기와 에어컨을 다시 사용하는 시기.
전선과 콘센트 상태, 실외기 주변 환경까지 사용 전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화재를 막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