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해진 봄 날씨에 모처럼 바깥 활동을 계획했다가도, 뿌연 하늘을 보면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박다윤/경기도 고양시 : "산책이나 러닝을 하러 나갔는데 하늘이 너무 뿌예서 포기하고 들어온 적도 많고, 별을 보러 나갔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별이 보이지 않아서 들어온 경우도 많아요."]
실제로 봄철에는 미세먼지나 황사가 잦은 날이 많은데요.
하지만 하늘이 뿌옇게 보여도 미세먼지 예보는 의외로 ‘좋음’ 수준일 때가 적지 않습니다.
봄에는 낮과 밤의 기온 차로 공기 중 수증기가 많아지면서 옅은 안개, 이른바 '박무'가 빛을 흩뜨려 하늘을 흐릿하게 만들기 때문인데요.
반대로, 하늘이 맑아 보인다고 해서 미세먼지가 항상 적은 것도 아닙니다.
입자가 큰 황사는 눈에 잘 띄지만 초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아 공기가 맑아 보여도 농도는 높을 수 있는 건데요.
[박정민/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 :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도 습도가 높으면 수증기가 빛을 더 강하게 산란시켜 시야를 흐리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먼지) 입자가 클수록 산란 효과가 약해져 황사가 올 때 농도가 높은데도 하늘은 상대적으로 맑아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습도가 높을 때의 (미세먼지) 측정 결과는 체감하는 농도와 실제 측정 결과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가 아니라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입니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입자가 워낙 작아 폐 깊숙이 침투해 혈관을 따라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데요.
기관지염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혈관에도 염증을 일으켜 심혈관질환 위험도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울감이나 집중력 저하 등 정신 건강과의 연관성도 잇따라 확인되고 있는데요.
[박정웅/가천대 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 "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올 때 염증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일부는 혈관을 통해서 전신 염증과 혈관 기능 이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 천식 이런 질환들의 촉발 요인이 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고요. 또 심장 같은 경우에도 혈관 이상이나 응고 장애가 생기기 때문에 심부전이 악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는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성인보다 호흡량이 많고 활동 범위도 넓어 미세먼지에 더 많이, 더 깊이 노출되기 때문인데요.
면역 체계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탓에 같은 농도의 미세먼지라도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노화로 방어력이 약해진 어르신들 역시 미세먼지에 취약하긴 마찬가지인데요.
폐와 면역 기능이 떨어진 상황에서 미세먼지가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면 앓고 있던 기저질환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정웅/가천대 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 "고령층 같은 경우에는 폐와 심혈관계 기능 감소가 있기 때문에 젊은 층에 비해서 미세먼지 영향을 조금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여겨지고요. 이미 손상된 장기나 세포가 다시 회복하는 데 조금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봄철에는 눈에 보이는 하늘의 색깔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미세먼지 농도를 수치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예보가 ‘나쁨’ 수준일 때는 외출과 야외 활동을 되도록 줄이고, 외출이 필요하다면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실내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시간대를 골라 짧게 환기하는 것이 좋은데요.
공기청정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눈에 보이는 공기보다 정확한 수치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 그 작은 차이가 건강한 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대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