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나고 날씨가 온화해졌습니다. 봄이 찾아온 건 반갑지만, 불청객 미세먼지가 걱정입니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지 1년이 넘긴 했지만, 그렇다고 미세먼지가 덜 위험한 건 아닙니다. 미세먼지의 위험성과 행동요령에 대해 KBS 재난방송 전문위원인 연세대학교 임영욱 교수의 기고문을 3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지금도 전 세계를 마비상태로 만들고 있으며, 계속된 감염과 사망 증가로 전 세계인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에 의한 사망률 증가의 대상이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에게 집중되고 있어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코로나 이전에 미세먼지 관리는 우리나라의 주요 사회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전 세계의 관심이 코로나에 집중돼 우리나라에서도 미세먼지 관리 정책은 뒷순위로 밀리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정책 우선순위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위험요인이 내재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책 결정자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이 들어 몇 가지 내용을 짚어 보고자 합니다.
■ "코로나 19와 미세먼지는, 모두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미세먼지는 계층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이에게 피해를 일으킵니다. 미세먼지에 가장 취약한 계층을 '민감군'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미세먼지에 의한 피해를 가장 크게 받는 대상자들입니다.
어린이, 노약자 등 나이에 따라서 충분한 면역력을 못 갖추었거나 이미 약해진 집단, 또 자신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체를 형성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시기에 있는 임산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저 질환자, 즉 현재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하는 집단입니다.
질병이 있거나 나이에 따른 차이로 충분한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는 때가 바로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악화의 주요 시기이자,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입니다. 다시 말해서 '응급 상황'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피해 대상자가 어린이를 제외하고는 미세먼지 민감군과 거의 겹칩니다.
달리 표현하면 코로나 19와 미세먼지에 의한 피해는 공통분모가 있고, 그러다 보면 두 가지로부터 동시에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커진다는 의미가 됩니다.
만약 지금처럼 코로나가 만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지속해서 높게 나타난다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결국, 코로나 19를 단기간에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같은 경로의 피해인 미세먼지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코로나로 인한 피해율도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호흡기를 통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및 미세먼지 노출
■ 미세먼지 농도 높으면 코로나 19로 인한 영향도 커져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 심뇌혈관질환, 알레르기 질환, 폐암 등 암 종류의 질환까지 일부 소화기질환을 제외하고 대부분 질병과의 관련성이 연구결과에서 입증됐습니다.
그러나 보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상태라는 것은,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대부분의 질병 발생률을 높이는 결과를 동반하곤 합니다. 결국, 미세먼지 관리에 실패하면 코로나의 감염률과 사망률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미 2020년 중반에 이탈리아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의 코로나 감염률이 높다'는 단기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미세먼지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붙은 상태로 이동이 가능한 것도 코로나 전파경로 중 하나로 판단할 수 있다'는 가설에 대한 연구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19 발생지로 알려진 우한시를 포함해 중국 49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미세먼지와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률 간의 상관성을 확인했습니다.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농도 10㎍/㎥ 증가 시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률은 각각 0.24%(0.01%~0.48%), 0.26%(0.00%~0.51%)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세먼지와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률 간의 관계
더구나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집단인 '기저 질환자'는 코로나 감염 시 치사율이 높아 감염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동시에 이들은 미세먼지에 의한 피해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하게 받는 대상자들이기도 합니다.
결국, 기저 질환자들에게 높은 미세먼지 상태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것은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무척 큰 상태에서 생활하도록 방관하는 것과 다름없는 겁니다.
정부 입장에선 코로나19 같은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미세먼지' 문제는 단순히 한두 부분에서 노력한다고 단시간에 개선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곤 해도 우리 삶의 질을 낮추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인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일은 늦출 수 없는 정책입니다.
■ "우리나라 미세먼지 수준은 안전한 수준이 아니다."
2020년 우리나라 초미세먼지(PM2.5)의 평균농도는 19㎍/㎥로 발표되어 상당한 정책적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기준은 연평균 15㎍/㎥입니다. 결국, 현재의 수준은 절대 만족스럽거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2019년 세계 공기 질 보고서를 보면, 38개 OECD 국가 중 초미세먼지(PM2.5) 수준은 대한민국이 24.8 ㎍/㎥로 가장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관리가 쉽지 않은 '주변 여건'을 가졌습니다.
에너지를 근간으로 한 산업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고, 좁은 면적에 높은 인구밀도를 형성하고 생활합니다.
이웃국가(중국, 몽골, 북한 등)의 상태도 우리나라의 배경농도보다 월등한 상태라 기상현상에 따라 언제든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가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기후변화 등의 요인으로, 국내 기상 상황은 대기오염 물질 이송에 불리한 조건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정책은 단기적인 고려와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동시에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이 '정책의 우선'이란 점을 잊지 말고 후회 없는 정책을 펼쳐주기를 국민의 한사람으로 바랍니다.
임영욱 교수 | KBS 재난방송 전문위원(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