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톡톡

낮은 안전의식과 미흡한 소방시설이 대형참사를 부른다!

2025.11.06 (13:19)

KBS LIFE <재난안전119> (25.10.27.) [안전톡톡] 코너에서는 한국안전전문가협회 이송규 회장이 출연해 1998년 부산 냉동창고 화재 사건과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 두 건의 대형 참사를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두 사건의 화재 원인과 밀폐 공간의 위험성, 1990년대의 성장 중심주의가 안전에 미친 악영향을 짚어내며 제도의 미비와 낮은 안전 의식이 불러온 대형 참사를 진단합니다. 더 나아가, 안전 제도의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복되는 사고의 문제점을 강조하며, 아날로그 재난뿐만 아니라 디지털 재난에 대비할 것을 강조합니다. 

 

 

1. 1998년 부산 냉동창고 화재 참사 개요

 

1998년 10월 29일 부산 암남동 범창콜드프라자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일반 화재와 달리, 신축 공사 현장이며, 건물이 냉동창고라는 특수성이 있었다.

 

[초기 발화 상황]

신축 중인 건물 지상 6층에서 오전 8시 15분경 발화했으며, 당시 6층에서는 전기 배선 작업과 방열∙보랭 작업이 진행 중에 폭발음과 함께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다. 불길은 6층 바닥, 벽면, 천장에 부착해 놓은 스티로폼과 인화 물질인폴리우레탄(우레탄) 등으로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화재 및 인명 피해 규모]

발화 지점인 6층을 중심으로 주로 5층과 7층 사이에 피해가 집중됐다. 이 사고로 27명의 작업 인부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고, 대피하던 인부와 진화 소방관 등 16명이 부상당했다.

 

 

2. 냉동창고 화재의 특수 원인

 

2.1. 냉동창고의 구조적 특징

 

냉동창고는 거대 냉장고와 같아 외부 열 유입을 차단하고, 내부 냉각을 유지하기 위해 완전히 밀폐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이 특성 때문에 창문이 거의 없고, 출입구나 비상구 확보가 쉽지 않았다.

 

2.2. 화재의 특수 원인

 

[단열재 우레탄의 위험성]

냉동창고의 단열 작업에 사용되는 우레탄은 보온성이 좋고 비용이 저렴한 폴리우레탄 폼이다. 이 재료는 굳으면서 휘발성 유증기를 발생시키며, 이 유증기에는 휘발성이 있다.

 

[폭발성 가스의 존재]

우레탄 폼을 분사하기 위해서는 압축가스가 필요한데, 저렴하고 압축이 쉬운 LPG나 프로판 가스를 사용한다. 이 압축가스는 인화성 및 폭발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화재 원인의 최종 정리]

화재의 초기 원인은 전기 합선∙누전으로 추정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단열 작업 옆에서 진행되던 용접 작업이 점화원이 되어 유증기 및 압축가스에 불이 붙으면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우레탄이 타면서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또 다른 인화성 가스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이다.

 

[작업자의 안전 의식 부재]

이러한 마감 작업을 할 때는 숙련도가 떨어지거나 훈련이 안 된 단순 근로자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이 우레탄의 독성과 인화성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거나, 용접 작업을 동시에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3. 밀폐 공간에서의 2차 폭발과 소방 시설 미비

 

3.1. 2차 폭발 발생 이유

 

[화재 발생의 3요소와 밀폐 공간]

불이 타기 위해서는 가연성 재료, 불꽃(점화원), 그리고 산소(공기)가 필수 조건이다. 밀폐 공간에서 화재가 나면 산소가 소진되어 불이 일시적으로 꺼지게 된다.

 

[2차 폭발의 원리]

1차 화재로 인해 산소가 없어져 불이 꺼진 후, 시간이 지나면서 문이 열리거나 틈을 통해 서서히 산소 농도가 높아지면, 내부에 남아있던 불씨나 재료가 다시 발화하며 폭발이 발생하게 된다. 

 

부산 냉동창고 화재에서는 5시간 이후 2차 폭발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구조 작업을 하던 소방관 7명이 사상을 입었다.

 

3.2. 소방 시설 미비

 

[소방 시설 미설치 문제]

화재 당시 건물에는 소방 시설이 설치되지 않았으며, 공사 중이었기 때문에 초기 진압에 필수적인 스프링클러 등이 설치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탈출구의 부재]

공사 현장은 가장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진화되지 않았고, 유일한 탈출구가 옥상밖에 없었다. 근로자들은 건물 배관을 타고 내려오거나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다 부상을 입는 등 참혹한 상황을 맞았다.

 

3.3 제도의 개선

 

이 사고 이후 우레탄을 대체하여 불에 타기 어렵거나 타지 않는 난연성 또는 불연성 재료를 사용하도록 제도가 바뀌었고, 공사 중 용접 작업을 할 때는 안전 관리자를 배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졌다.

 

 

4. 1990년대 대형 참사의 시대적 배경

 

1990년대는 한국 경제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시기이며, 1980년대 2,000달러였던 1인당 국민 소득이 1990년대에 들어서 만 달러까지 다섯 배가 증가했다.

 

[안전 의식의 뒷전]

기업이나 사업가들의 수익이 급증하는 이 시기에는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이러한 안전 불감증과 성장 우선주의는 1990년대에 수많은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망자 23명)

- 1995년 대구 가스 폭발 사고 (사망자 101명)

- 1997년 강릉 유치원 버스 가스 폭발 (18명 사망)

- 1999년 화성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사망자 23명)

- 1999년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사고 (101명 사망)

 

[총체적 문제점]

당시의 사고들은 다단계 하도급, 공사 현장의 안전 규정 미비, 제도의 미비 및 존재하더라도 지켜지지 않는 행태, 그리고 사업주와 일반 국민의 낮은 안전 의식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결과이다. 1990년대는 안전의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5.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 참사

 

1999년 10월 30일 오후 7시경 4층 상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불과 20여 분 만에 57명의 학생들이 숨지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화재 원인 및 소방 시설 부재]

화재는 지하 1층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의 담배불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래방은 보수 공사 중이었으며, 공사로 인해 현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전무해 무방비 상태였으며, 초기 진화가 불가능했다.

 

[밀폐된 탈출구]

사고가 난 2층 호프집은 겉으로는 유리창처럼 보였으나, 실제 내부는 베니어판으로 가려진 밀폐 공간이었다. 화재로 인해 전기가 끊어지면서 암흑 천지가 되었고, 문이 잠겨 있어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되어 숨졌다. 3층 당구장에 있던 사람들은 유리창을 깨고 뛰어내려 목숨을 구한 것과 대조된다.

 

[사업주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호프집은 미성년자인 중고등학생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으나, 사업주가 수익을 위해 학생들의 출입을 허락하는 불법 영업을 자행했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를 눈감아주며,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

 

 

6. 다중이용업소의 제도적 보완과 인간의 역할

 

6.1. 다중이용업소 특별법 제정

 

2007년에 다중이용시설에 관한 안전 관리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법적 관리 대상 시설]

이 특별법은 음식점, 유흥주점, 노래 연습장, 영화관, 학원, 고시원, 안마 시술소 등 다양한 다중이용업소를 대상으로 촘촘한 안전 관리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필수 소방 설비 규정]

다중이용업소는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피난 계단, 방화 구조 등이 설치되어야 한다. 또한 자동 확산 소화기, 스프링클러, 피난 유도선, 비상구 등의 설비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특수 안전장치]

노래방과 같이 소음이 큰 시설에서는 화재 시 비상벨 소리가 잘 들리도록 모든 음향을 자동 차단하는 음향 자동 차단기를 설치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6.2. 안전을 위한 인간의 역할

 

[제도 준수의 중요성]

제도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만, 사업주들은 설치 비용이나 공간 문제 때문에 설비를 허술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국민 모두의 합심 요구]

다중이용업소에서의 재난은 누구 한 사람의 실수로 모두가 참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주는 규정을 준수하고, 이용하는 사람들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대피 경로를 인지하고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은 정부, 사업주, 국민 모두가 합심해야 보장된다.

 

[미래 재난에 대한 인식 전환]

과거의 사고들이 '아날로그 사고'였다면, 이제는 화재로 인해 모든 시스템이 멈춰 버리는 디지털 재난도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디지털 재난으로 휴대 전화가 멈추면 이는 생활 심정지 상태와 같으며, 안전이 곧 각 나라의 국력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7. 30초 안전 챌린지

 

[화재 확인 및 대피 경로 판단]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가장 먼저 화재 발생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그 후, 완강기, 대피 계단, 옥상 등 자신의 대피 경로를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

 

[엘리베이터 사용 금지]

이동 중에 엘리베이터가 정지될 위험이 있으므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절대 금지이다.

 

[연기로부터의 보호 및 이동]

연기는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대피할 때는 반드시 물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낮은 자세로 이동해야 한다.

 

[질서 있는 대피의 중요성]

가장 중요한 것은 질서 있는 대피이다. 질서 있는 대피만이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전체가 빨리 대피할 수 있는 핵심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