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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건물 화재 생존 가이드! 꼭 알아야 할 '히든 구역'

2025.09.30 (19:28)

KBS LIFE <재난안전119> (25.9.23.) [안전토크] 코너에서는 KBS재난방송전문위원인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이영주 교수가 출연해 터널 화재 사고 사례와 도심 공사 현장 붕괴 사고 사례를 짚어보고, 과거 2010년 부산과 2020년 울산에서 발생했던 고층 건물 화재 사례를 분석합니다. 특히 고층 건물 화재 시 발생하는 외벽 연소 확대의 위험성과 당시 소방 시스템의 한계점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들을 계기로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법적 규제와 안전 체계가 어떻게 강화되었는지 설명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안전 시스템 수준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임을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이 재난 상황에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터널 화재 및 초고층 화재 시 행동 요령을 제시합니다.

 

1. 대한민국 초고층 건물 안전 규제 현황과 성능 위주 설계

 

[초고층 건축물 안전관리 체계]

우리나라는 초고층을 짓기 가장 어려운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관련 규제가 많고 촘촘하게 갖춰져 있는 편이다. 이는 초고층 건물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규제가 강화된 결과이다.

 

[30층 이상 건축물의 설계 기준]

30층 이상의 건축물 같은 경우 우리나라는 성능 위주 설계라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는 소방 시설에 대한 부분들을 성능적으로 판단하여 더욱 안전하게 설계를 하고 시공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기에 잘 설계되고 또 잘 유지 관리만 된다면 충분히 안전할 수 있는 체계들은 갖춰져 있다. 

 

[사전 재난 영향성 검토]

초고층 건축물은 인허가 과정에서 사전 재난 영향성 평가라는 엄격한 심의를 통해 성능을 강화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화재뿐만 아니라 지진, 보안 등 다양한 재난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2. 터널 화재의 위험성과 안전 대처 방안

 

2-1. 터널 화재의 특성 및 위험 요소

 

[터널의 환경적 특성]

터널 구간은 사실상 차량의 진출입구 이외에는 밀폐된 공간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연기나 열이 외부로 바로 노출되지 않고 그 안에 축적되면서 더 강한 화세를 형성하게 되어 위험이 크다.

 

[진압 및 구조 활동의 제약]

소방대나 비상 차량이 터널의 양 출입구 이외에는 접근할 수 있는 방법들이 없기 때문에, 빠른 진압이나 구조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 또한 터널 안에서는 차선 변경 자체가 불가하게 되어 있는데, 이는 차선 변경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화재 등 위험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터널의 방재 등급 및 시설]

터널은 방재 등급에 따라 1등급에서 4등급까지 나뉘어 소방 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으며, 1등급에서 4등급까지 기본적으로 소화 기구 및 화재 관제를 위한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위험성이 높은 1, 2등급 터널은 옥내 소화전이나 제연 설비 (연기 배출 설비), 그리고 대피를 위한 대피 통로나 대피갱 등도 설치하게끔 되어 있다.

 

2-2. 영동 고속도로 마성 터널 사고 사례

 

[사고 내용]

지난 9월 16일 오후 9시 20분경, 영동 고속도로 강릉 방향 마성 터널 안에서 버스가 미끄러지면서 터널 벽체에 부딪혀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이 사고로 버스는 전소되었으며, 승객 다섯 명이 중상을 입고 31명이 경상을 입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신속한 대응 및 대피]

경찰과 소방 당국의 빠른 조치와 신속한 대응이 대형 인명 피해를 막는 데 기여하였으며, 경찰은 교통 체증 속에서도 신고 접수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하여 진출입로를 차단하였다. 소방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여 빠르게 구조 인력을 모았으며, 한국도로공사에서도 터널 내부의 제트 팬을 빠르게 가동하여 연기 배출에 도움을 주었다. 또한, 연기를 본 시민들이 즉시 차에서 내려 걸어서 대피한 점도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2-3. 터널 화재 발생 시 시민 행동 요령

 

[급정거 대신 서행 대피]

터널 안에서 화재 상황을 봤을 때 놀라서 급정거를 하게 되면 뒤따라오는 차량과의 추돌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급정거보다는 깜빡이를 켜고 서행하며 터널의 갓길에 차를 세우는 것이 좋다.

 

[차 키를 꽂아두고 대피]

차에서 내릴 때 반드시 차 키를 빼지 말고 꽂아둔 채로 몸만 나와야 하며, 이는 터널 안의 차량들을 소방 차량이나 구급차가 접근하기 위해 이동시키거나 치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차 키가 없다면 현장 진압 및 구조가 늦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꽂은 채로 나와야 한다.

 

[연결 통로 활용]

터널이 긴 구간일 경우, 중간중간 옆 터널 반대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연결 통로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 통로를 이용해 대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 연결 통로의 문은 비상시에 언제든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평소에 잠가 두지 않으며, 문을 밀거나 돌려 개방할 수 있도록 유지 관리되고 있다.

 

 

3. 도심 공사장 저류조 붕괴 사고와 재해 방지 대책

 

3-1. 대전 아파트 공사장 저류조 붕괴 사고 개요

 

[사고 발생]

지난 9월 17일 오후 4시경, 대전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저류조와 연결된 임시 뚝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약 500톤가량의 물이 폭포수처럼 골목으로 쏟아져 내리면서 차량 30여 대, 오토바이 4대 가량이 파손되었고, 주택 12채 정도가 토사 유입으로 피해를 입었다.

 

[물 양의 규모]

유출된 500톤의 물의 양은 일상적인 가정용 욕조에 물을 가득 담은 욕조 1,600개 정도가 동시에 쏟아붓는 정도의 양이며, 올림픽 규격 수영장에 물을 담았을 때 그 양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3-2. 사고 원인 및 안전 관리 문제점

 

[사고 원인]

사고 발생 전 오후 1시경 대전 일대에 시간당 100mm 이상의 강한 폭우가 쏟아졌었으며, 갑작스럽게 많은 물이 유입되면서 뚝이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추정된다.

 

[임시 둑의 구조적 문제]

사고 당시 임시 둑의 상황을 보면, 힘을 받는 부분인 띠장을 1m에서 1.2m 간격으로 촘촘하게 설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이 매우 허술하게 되어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안전 점검 미흡]

물이 쌓이는 저류조에 계측기나 수위계 같은 안전 장비가 설치되어 안전성을 체크해야 하며, 이러한 부분들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릴 경우 공사 현장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즉각적인 점검이 이루어져야 했다.

 

3-3. 재해 영향 평가의 한계

 

[우수 용량 산정 기준]

대규모 공사 현장은 개발 계획 수립 과정에서 재해 영향 평가를 받아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재해에 대비해야 하며, 비가 많이 왔을 때 우수량에 대한 예측을 통해 필요한 저류조나 배수로를 확보하게 한다. 그러나 현재 우수량을 산정할 때 30년 재현 주기를 기준으로 삼는데, 최근에는 50년, 100년 주기의 강한 폭우가 발생하고 있어 30년 주기로는 충분한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보다 강한 집중호우 상황을 반영하여 시설을 갖추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안전 관리 책임 강조]

공사 현장의 뚝이 무너졌다는 사실 자체가 우수의 강도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안전 관리가 미흡했다는 것을 시사하며, 강한 비나 지반 약화가 공사 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세심하고 적극적인 안전 관리 및 확인 이후에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들이 필요하다.

 

 

4. 2010년 부산 초고층 건물 화재와 외벽 연소의 위험성

 

4-1.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오피스텔 화재 개요

 

[화재 발생 및 확산]

2010년 10월 1일 부산 해운대의 한 38층짜리 고층 오피스텔에서 원인 미상의 불이 발생하였다. 불은 4층 환경미화원 작업실에서 시작되었으나, 불과 30여 분 만에 건물 외벽을 타고 꼭대기 층인 38층까지 화염에 휩싸이는 수직 확산을 보였다.

 

[외벽 재료의 문제]

이 건물은 알루미늄 패널로 마감되어 있었는데, 안쪽 벽면에 가연성이 있는 고무와 같은 패드가 붙어 있었고, 이 패드를 타고 급속하게 연소 확대가 이루어졌다. 외장재는 연속적으로 재료들이 이어져 있다 보니 밑에서 타기 시작하면 굉장히 빠르게 수직으로 연소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

 

[빌딩풍의 영향]

두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에 빌딩풍이라고 불리는 강한 바람이 형성되면서, 이 바람이 벽면을 타고 불이 굉장히 빠르게 최상층까지 번지게 했다. 이러한 구조 자체도 상승 기류를 형성하여 불이 빨리 확산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4-2. 화재 진압의 어려움 및 피해 규모

 

[진압의 한계]

최상층은 100m 이상의 높이가 되어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압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소방 당국은 헬기4대와 고가 사다리차 등을 동원했으나, 고가 사다리차는 13층까지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헬기를 이용한 물 투하 방식은 소방관이 직접 끄는 것에 비해 진압 효과가 약했다.

 

[피해 양상]

건물 전체가 타는 것처럼 충격적인 비주얼을 보였지만, 실제로 내부적으로는 대부분의 층이 안쪽으로는 크게 타지 않았다. 화염이 외벽면을 타고 올라가 꼭대기 층(펜트하우스)으로 확산되어 그 부분만 크게 소실되었다. 

 

4-3. 당시 안전 규정의 부재

 

[난연 규정 부재]

이 당시까지만 해도 건물 외장재에 대해 재료적인 규제가 별도로 없었기에, 가연성 재료가 외장재 내부에 사용될 수 있었다. 이 화재는 고층 건물에 대한 우려를 상당히 크게 만들었던 사례로 꼽힌다.

 

 

5. 2020년 울산 주상복합 화재와 소방 시스템의 한계

 

5-1. 울산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 개요

 

[화재 발생]

2020년 10월 8일 밤 11시 14분, 33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건물 전체로 빠르게 번졌다.

 

[발화 추정 원인]

화재는 나중에 확인된 바로 3층 테라스 부분의 나무 데크 부분에서 최초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담배꽁초나 불티 같은 것이 데크 쪽에 옮겨붙어 바람에 의해 바닥에서 벽면 쪽을 타면서 확산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강풍의 영향]

당시 울산에는 강풍주의보가 있었기에, 강한 바람이 외벽을 타고 형성되던 화염들을 세대 안쪽으로 밀어 넣는 형태가 되어 중간중간 층에서 불이 발생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또한 강한 바람을 타고 외장재나 불티가 날아가 180m 정도 떨어진 인근 롯데마트 옥상 부분에도 화재가 옮겨붙는 상황이 발생하여, 주변 지역으로의 화재 피해 확대 위험성도 있었다.

 

5-2. 공통점 및 시스템적 문제점

 

[부산 화재와의 공통점]

이 화재 역시 알루미늄 패널로 된 외벽면을 타고 빠르게 연소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건물 전체로 화재가 확산됐고, 강한 바람으로 인해 진압 및 여러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스프링클러 작동의 한계]

각 층별로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제대로 작동했으나, 작동한 부분은 일시적으로 불이 꺼졌을지라도, 외벽면을 타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 확산되는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제어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소방용수 공급 문제]

소방대가 진압을 위해 접근하는 과정에서 이미 터져 버린 스프링클러 헤드 쪽으로 소방용수가 우선적으로 가면서, 정작 불을 꺼야 하는 소화전 쪽으로는 물이 공급되지 않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소방 시스템과 외벽재의 가연성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례였다.

 

 

6. 고층 건물 화재 안전 규정의 강화와 제도 개선

 

6-1. 재난 특별법 제정 및 시설 강화

 

[초고층 특별법 제정]

부산 화재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는 초고층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며, 이를 통해 안전에 대한 규정이 대폭 강화되었다.

 

[피난 안전 구역 설치 의무]

50층 이상인 초고층 건물은 30개 층마다 한 개 층에 피난 안전 구역이라고 하는 다른 층보다 훨씬 더 방호가 강화된 공간을 만들어 놓도록 의무화되어, 거주자들은 화재 발생 시 가까운 피난 안전 구역으로 대피하여 안전한 상태에서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었다.

 

[피난용 승강기 설치]

30층 이상인 건축물에는 피난용 승강기를 별도로 설치하게 함으로써 대피 경로를 다양화하고 있다.

 

6-2. 건축물 외장재 및 단열재 규제 강화

 

[재료 분리선 설치]

화재가 연속적으로 수직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구간에 재료 분리선을 설치하여 연속적인 확산을 차단하도록 규정되었다.

 

[외장재 난연 성능 강화]

화재 저항성을 높이기 위해 외장재로 잘 타는 아무 재료나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며, 준불연 이상의 재료를 쓰도록 규제하는 법규가 이 시기에 생겨났다.

 

[단열재 규제 확대 (의정부 화재 이후)]

2015년 의정부 대봉 그린 아파트 화재(저층 아파트였으나 불이 외벽을 타고 확산되어 옆 아파트까지 피해를 입힘) 이후, 단순 마감 재료뿐만 아니라 외벽에 붙는 단열재까지도 준불연 이상의 성능을 갖게끔 하는 재료 규제가 강화되었다. 현재 지어지는 건축물들은 외벽 재료 및 단열재가 상당히 화재 저항성을 갖추고 있어 과거와 같이 건물 전체가 활활 타는 위험한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게 하고 있다.

 

 

7. 30초 안전 챌린지

 

[초고층 건축물 대피 원칙]

1. 비상 방송에 따라 대처하며, 임의적으로 독단적 대피를 시도하지 않는다.

2. 대피 과정에서 위험 상황이 확인된다면 피난 안전 구역으로 이동하여 구조를 기다린다.

3. 평상시 피난용 승강기와 피난 안전 구역의 위치를 숙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