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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호우에 산 곳곳이 와르르…산 속 전원주택 창가를 조심하라?

2025.08.13 (12:54)
"극한 호우로 인한 산사태 발생 시 생존법은 무엇인가요? 산사태 발생 시 무조건 대피보다는 집 내부의 안전한 곳, 특히 창문과 떨어진 곳에 머무르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KBSLIFE <재난안전119> (25.8.8.)[안전토크] 시간에는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임상준 교수가 출연해, 최근 예측 불가능한 극한 호우로 인해 급증하는 산사태와 땅밀림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대비책을 제시합니다. 산사태와 땅밀림의 명확한 차이점부터 재난 발생 시 대피 요령, 그리고 정부의 통합 관리 시스템까지, 전문가의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재난 상황에서 생명을 지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재난 취약 지역 정보 공개의 한계와 고령층을 위한 정보 전달의 중요성 등 정책적 개선점까지 짚어주어,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우리 사회의 재난 대응 시스템을 이해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1. 산사태 및 땅밀림 피해 현황과 원인 분석

 

1.1. 2023년 7월 경남 산청군 산사태 사례

 

2023년 7월, 경남 산청군과 경기 가평군에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주민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청군 피해 상황: 산꼭대기가 움푹 패이고 주택이 종이장처럼 구겨지는 등 산사태의 위력이 컸다. 2층 건물이 토사에 쓸려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으며,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원주택 밀집 마을도 쑥대밭이 되어 지붕 높이까지 토사가 쌓이고 출입구가 막혔다. 전기, 통신이 끊기고 진입로까지 막혀 주민들이 고립되었다. 나흘 동안 1년 강수량의 절반이 쏟아져 산청에서만 14명이 숨지거나 실종되었다. 대형 산불을 겪었던 산청 주민들은 수해 피해로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산청군 산사태 원인: 인명 및 재산 피해: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사고 12건, 크고 작은 산사태는 360개소에서 발생했다.

기후적 요인:  과거 산림 기상청은 시간당 30mm 강우를 강한 강우로 보았으나, 이번에는 훨씬 많은 비가 내렸다. 최근 기상청은 시간당 72mm 또는 시간당 50mm + 3시간 누적 90mm의 비를 '극한 강우'라는 새로운 용어로 사용하는데, 산청에는 시간당 80mm, 심지어 100mm의 비가 내린 곳도 있었다. 산사태 발생 전 4~5일 동안 700mm 이상의 비가 내려, 1년 강수량(1300mm)의 절반이 3~4일의 짧은 기간에 쏟아졌다.

산불의 영향: 산불 발생 후 산사태가 많이 발생한다는 국민적 인식이 있다.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 2002년 태풍 루사 때 동해안 지역에 많은 산사태가 발생했다. 2005년 남해안 산불 피해 지역은 산불이 나지 않은 곳보다 산사태가 200배 더 많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2023년 봄 영남 지역 대형 산불로 10만 헥타르 이상의 산림이 소실되어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산청의 전체 산사태 발생지 중 약 22개소가 2023년 봄 산불 피해 지역에서 발생했다.

추가 산사태 위험: 산청 지역은 아직 추가 산사태 발생 보고는 없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장마와 가을 태풍(10월까지)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한번 산사태 피해를 받은 지역은 땅이 흔들렸기 때문에 작은 강우나 충격에도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

주민 예방 조치: 현재는 안전하게 대피해 있다가 주택의 추가 붕괴 위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돌아가 생활해야 한다.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는 대피하는 것이 좋다.

 

1.2. 땅밀림 현상과 산사태와의 차이점


땅밀림 피해 사례 (경북 경주 토함산 인근 마을): 마을이 폭격을 맞은 듯 아래가 푹 꺼지고 붉은 토사에 집들이 매몰되어 지붕만 보였다.  지진처럼 땅 곳곳이 솟구쳐 오르고 주택 옹벽이 갈라졌으며 전신주가 쓰러졌다.  도로가 끊기고 토양층이 20m 가까이 주저앉는 등 일반적인 산사태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피해 규모가 심각하여 마을 전체 13가구가 집단 이주를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땅밀림 현상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산사태와 땅밀림의 차이]

개념: 땅밀림은 넓은 의미에서 산사태의 한 종류(땅밀림형 산사태)로 분류된다.

국제적 용어: 전 세계적으로 땅밀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정도이며, 다른 나라에서는 산사태의 한 형태로 포함시킨다.

한국의 땅밀림 인식: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대규모 땅밀림지가 발견되면서, 2019년부터 전국 단위의 땅밀림 위험 지역 조사가 시작되었다.

발생 원리: 땅밀림은 땅속에 점토와 같이 잘 움직일 수 있는 층이 존재하며, 빗물에 의해 이 층이 미끄러지면서 상부 토양이 함께 미끄러지는 형태이다. 샌드위치처럼 아래 크림층이 미끄러지면서 위에 빵 부분이 함께 움직이는 것과 유사하다.

이동 속도: 빠르게 이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1년에 몇 밀리미터 정도로 사람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 규모 및 재발 가능성: 산사태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크고 재발 가능성도 높다.

 

땅밀림지 판단 기준 (한국): 

육안 확인: 상부에 땅이 찢어져 틈새나 균열이 나타나는 경우/ 나무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휘어서 자라는 경우/

                 땅이 계단 모양으로 울퉁불퉁하게 있는 경우

정밀 조사: 육안으로 판단된 후 지질학적 정밀 조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땅밀림 여부를 판단한다.

 

[땅밀림 위험 지역 분포 및 상동 마을 미포함 이유]

구분: 땅밀림지는 '땅밀림 발생지'(피해 발생 및 대책 필요)와 '땅밀림 우려지'(피해는 없으나 진행 중, 대책 필요)로 구분

전국 현황: 2019년 이후 전국에 241개소의 땅밀림 우려지가 나타나고 있다.

상동 마을 미포함 이유: 땅밀림은 땅속에서 발생하므로 일반 주민이 알기 어렵다. 상동 마을에는 땅밀림의 사전 징후인 갈라진 틈, 단차, 나무의 이상 성장 등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개발로 인한 땅밀림: 지질학적 문제보다는 도로 건설, 주택 건축 등으로 산 아랫부분을 인위적으로 개발하면서 위에 있는 땅이 힘을 잃고 서서히 밀려 내려가는 경우도 많다. 상동 마을의 경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3. 2023년 7월 경기도 가평군 산사태 사례

사고 발생: 2023년 7월, 경기도 가평군에 시간당 70mm가 넘는 강한 비가 내리면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가평군 피해 상황: 도로 옆으로 흙탕물이 빠르게 내려오고 토사가 도로를 덮쳐 아수라장이 되었다. 전봇대가 쓰러지고, 산사태로 마을을 덮쳐 주민 1명이 숨졌다. 다리까지 물에 잠기고, 캠핑 중이던 40대 남성이 물에 떠내려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심야 새벽 시간대에 주민들은 잠을 자다 허둥지둥 대피해야 했다. 토사가 덮친 집은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경기 포천에도 시간당 90mm가 넘는 폭우로 도로 침수 등 피해가 발생했다.

산청과 가평 산사태의 공통점 및 차이점: 공통점은 예상치 못한 폭우가 일차적인 원인이다. 가평에도 시간당 100mm 이상의 비가 내렸다. 차이점은 특히 가평의 경우, 산지 이용 요구 높은 점이다. 가평을 포함한 경기도 산지들은 캠핑, 차박, 글램핑 등 이용 요구가 매우 높다. 또, 재해 취약성으로, 캠핑 등은 물이나 산과 가까운 곳이 인기가 많아 평시에는 좋지만, 재해 발생 시 위험성이 높은 지역이 된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줄여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이는 재해 위험을 높여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명/재산 피해 방지를 위해 적정한 규제와 기준 마련 노력이 필요하다.

 

 

2. 재난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2.1. 산사태 취약 지역 관리 및 정보 공개의 한계

 

산사태 취약 지역 지정의 목적: 2009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산림청은 인명 및 재산 피해, 특히 인명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지역을 우선 선정하여 예방 사업 및 대책을 마련하는 취지로 산사태 취약 지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산청군도 195개소의 산사태 취약 지역을 지정했다.

 

[문제점]

정보 미공개: 경상남도는 2,300여 곳의 산사태 취약 지역을 파악하고도 개인 정보 노출과 땅값 영향 등을 이유로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주민 인지 부족: 피해가 컸던 부리 마을 주민들은 뒷산이 산사태 취약 지역인지, 대피소는 어디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공무원 인지 부족 및 업무 과중: 산청군 담당 공무원조차 지정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산불, 산사태, 병충해 등 여러 업무를 담당하여 모든 곳을 관리하기 어렵다.

재산권 제약: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되면 재산권 제약을 받기 때문에, 산주나 주민들은 가능한 적게 지정되길 원한다.

주민 동의 문제: 주민 동의가 없으면 취약 지역 지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정보 제공 및 홍보 부족: 취약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이나 대피 요령 홍보가 부족했다.

개선 방안: 2024년부터는 법이 개정되어 위험한 곳은 국가에서 강제로 취약 지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된다. 공무원 업무 과중 문제 해결 및 정보 제공,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

 

2.2. 사면 통합 산사태 정보 시스템의 필요성과 활용

 

기존 관리 체계의 문제점: 정부 부처별로 위험 사면을 다르게 관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도시 급경사지 (급경사지법) ,

국토교통부와 철도청은 철도 및 도로의 비탈면, 산림청은 자연 산지를 관리한다.  이러한 분리 관리는 효율성과 전문성 때문이지만, 재난은 특정 부처 관할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다.

통합 관리 체계 구축 노력: 2024년을 목표로 산림청 내에 디지털 산사태 대응팀을 만들었다. 이 팀에는 산림청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4개 부처의 담당 공무원들이 함께 통합 관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산림청의 산사태 정보 시스템에 각 부처의 정보를 통합하여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일본도 과거에는 토석류, 땅밀림, 사면 붕괴를 각각 관리하다가 현재는 '토사재해'라는 항목으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

 

[사면 통합 산사태 정보 시스템의 현재 활용 및 기대 효과]

정보 통합: 기존 6개 부처에 흩어져 있던 약 207만 건의 사면 정보가 산림청 시스템에 통합되었다.

활용 현황: 아직까지는 통합된 정보를 가공하여 산사태 예측이나 위험도 산출에 활용되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향후 기대 효과: 정보가 성과로 나온다면 위험 사면 및 산사태 대비가 더욱 개선될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확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 개발자나 일반 국민이 자신의 농지나 집 위에 어떤 위험 사면이나 산사태 위험 정보가 있는지 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2.3. 재난 대비책 및 개선점


재난 대응 시스템의 현황:  정부 당국과 국민 모두 재난 피해, 특히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재난 대응 체계는 다른 나라에서도 훌륭하다고 평가받는다.

 

[개선 및 보완 필요 사항]

비구조적 대책 강화: 하드웨어적/구조적 부분에 집중하기보다는 비구조적인 대책에 더 노력해야 한다.

대피 방법: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피할 것인가.

정보 전달: 산사태 취약 지역 정보를 특히 고령층 등 농산촌 거주자에게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숙지시킬 것인가.

맞춤형 정보 제공: 도시의 젊은 층과 농산촌의 고령층(거동 불편, 시야/청력 불편 등)의 특성을 고려하여 맞춤형 재난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보 공유 측면: 정부 공유 측면에서의 비구조적인 대비책이 중요하다.

 

 

3. 재난 발생 시 행동 요령 및 예방 수칙

 

3.1. 산사태 발생 시 대피 요령

 

새벽 폭우 상황의 위험성: 새벽에 폭우가 쏟아져 도로가 유실된 상황에서는 대피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 농산촌의 고령 인구는 거동이 불편하여 이동 중 홍수나 미끄러짐 사고 위험이 있다.

안전한 대피 방법: 주변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피가 어려운 경우: 주택에 머무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철근 콘크리트 주택은 산사태에 큰 피해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설 재료나 임시 구조물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주의사항: 창문을 통해 흙물이 들어와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창문과 접한 곳은 피하고 안전한 곳에서 폭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무조건적인 대피보다는 상황에 따라 집 내부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3.2. 산사태 전조 증상 및 정보 활용

 

산사태 전조 증상: 사면에서 물이 흘러나오거나 나무가 흔들리는 현상, 나무 뿌리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

전조 증상 파악의 어려움: 일반 국민이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폭우 상황에서 소리를 듣거나 주변을 살피는 것은 오히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최선의 대응: KBS 재난 방송과 같은 재난안전 방송에 귀 기울여야 한다. 긴급 재난 문자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거나 필요한 경우 대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3.3. 기후 변화에 따른 산사태 특징 및 대비

 

최근 기후 변화의 특징: 2010년 이후 여름철에 한꺼번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산사태 발생 횟수도 늘었다. 2023년에는 1년 강수량의 절반이 하루 만에 쏟아진 지역도 있었다. 기후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로 기후 변화가 심각해져 '기후 재난', '기후 난동', '기후 채찍' 등 자극적인 용어가 사용된다. 기후는 더 이상 제어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산청 산사태 당시, 불과 10~20km 떨어진 함양이나 진주 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산청에만 집중적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향후 전망: 이러한 국지성 폭우와 끔찍한 재난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하고 강도는 매년 더 강해질 것이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30초 안전챌런지> "산사태 대응법"

산사태는 맞서 싸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우선 피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긴급 재난 문자나 재난 방송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고, 최선의 대비 또는 대피 방법을 찾아 대피해야 한다.

대피 여건이 안 된다면 주변에서 가장 안전하고 튼튼한 곳으로 잠시 대피하여 생명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