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인사이드

끝나지 않은 더위…‘엔진룸 과열’ 주의

2025.09.10 (15:58)

터널 안을 달리던 승용차 보닛에 연기가 치솟더니 앞서가던 차를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곧 시커먼 연기로 뒤덮인 터널 안에서 운전자들은 차를 버리고 걸어서 대피하는데요.

 

시뻘건 화염과 함께 차량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입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은 20분 만에 차를 전부 태웠는데요.

 

당시 운전자는 엔진룸에서 처음 연기가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차량 화재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험인데요.

 

9월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낮 기온은 30도를 오르내리는 요즘, 차량 점검을 소홀히 하면 엔진룸은 언제든 화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역대급 무더위가 이어진 지난 3개월간 엔진룸에서 발생한 화재는 500여 건을 넘어섰는데요.

 

[임기상/자동차시민연합 대표 : "차량 화재는 엔진룸에서 한 70~80%가 발생하고, 외부 온도가 30도일 때 (엔진룸 온도는) 80에서 100도까지 상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엔진룸과 연결된 배기관 온도가 주행할 때는 400~500도까지 상승을 합니다."]

 

차량 화재는 한 번 발생하면 진압은 물론 대피조차 쉽지 않아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전 예방인데요.

 

만약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있다면, 먼저 보닛을 열어 눈에 보이는 이물질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름 자국이나 먼지, 낙엽 등이 방치되면 높은 열에 쉽게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임기상/자동차시민연합 대표 : "엔진 주변에 엔진 오일이나 연료가 누유되는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를 점검하고 평소에 내 차의 온도 계기판이 오르락내리락한다면 이상이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전문 정비업소에서 점검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엔진룸 과열은 여러 전조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엔진 경고등이나 냉각수 온도 경고, 타는 냄새, 연기, 이상 소음 등이 대표적인데요.

 

운행 중 경고등이 켜지면, 즉시 비상등을 켜고 안전지대에 정차해 시동을 꺼야 합니다.

 

그 뒤에는 엔진이 식을 시간을 충분히 두는 게 중요한데요.

 

[김광규/서울시 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이사장 : "(엔진룸이 과열되면) 아마 타는 냄새가 날 겁니다. 엔진 경고등이 켜지고 그다음에 부동액이 엔진을 식혀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점도가 낮아지면 화재 날 염려가 많죠. (정비소에 가서) 오일 새는 거, 그다음에 냉각팬, 팬벨트 등 기본적인 걸 점검하시면 됩니다."]

 

점검과 예방을 철저히 했더라도, 보닛 밖으로 불길이 보인다면 즉시 차를 안전한 곳에 세우고 대피해야 합니다.

 

특히 터널 안에서 불이 나면 연기와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진화보단 빠른 대피가 우선인데요.

 

[안상훈/서울소방학교 화재 전임교수 : "자동차에서 연기가 소량으로 발생했을 때는 차량 내 소화기 또는 터널 내 소화전을 이용하여 화재 진압을 하면 좋겠지만, 연기가 다량으로 발생했을 때는 들어왔던 반대 방향으로 대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위가 길어지는 계절, 과열된 차량은 언제든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출발 전 꼼꼼한 점검과 대비가 사고를 막는 첫걸음인데요.

 

특히 터널이나 고속도로처럼 한 번 불이 나면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는 곳에서는, 운전자 한 사람의 준비와 대처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열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