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인사이드

‘지켜보다 끄면 돼?’…바람 불면 속수무책

2024.11.12 | 14:13

산등성이 사이로 희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한 산림 사업장에서 실수로 낸 불이 산불로 번진 건데요.

 

불은 2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산림 0.3헥타르가 불에 탔습니다.

 

이맘땐 건조한 날씨에 단풍을 보려고 산을 찾는 사람들까지 늘어나면서 산불 위험이 커지는데요.

 

최근 5년간 가을철에 일어난 산불은 260건에 달합니다.

 

특히 11월에 사고가 집중됐는데요.

 

불이 난 이유로는 산을 찾은 사람들의 실수가 가장 컸습니다.

 

추수를 마치고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우다 산불로 옮겨붙은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요.

 

특히 소각으로 인한 산불은 전달에 비해 두 배 넘게 늘면서 가을철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안희영/국립산림과학원 산불예측분석센터장 : "11월부터는 날이 건조해지고 산림 내에 탈 수 있는 낙엽의 양이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다시 말해 산불이 발생하기 매우 쉬운 환경을 갖춘 데다가 단풍놀이, 캠핑 등 산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농작물의 수확이 끝나는 시기다 보니 농가에서 볏짚이나 폐비닐과 같은 농가 쓰레기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그런 쓰레기를 태우는 과정에서 불씨가 날아가서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업 폐기물 소각이 얼마나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알아본 실험 영상인데요.

 

마른 농업 폐기물에 불을 붙인 뒤, 바람의 세기를 달리해봤습니다.

 

먼저 나뭇잎이나 바람개비가 흔들리는 정도인 초속 약 3m의 약한 바람인데요.

 

순식간에 불이 번지고, 불티가 곳곳으로 튑니다.

 

이번엔, 나뭇가지나 깃발이 약하게 흔들리는 수준인 초속 7m로 바람의 강도를 높여봤는데요.

 

폐기물이 활활 타더니 크고 작은 불티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솟구칩니다.

 

[안희영/국립산림과학원 산불예측분석센터장 : "농업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소각하다 보면 당장 눈앞에서 불을 피우고 있으니 잘 지켜보다 끄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가을철은 건조한 날씨로 낙엽이 말라 있고요. 바람이 생각보다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 불똥이 튀어서 산불이 시작되고, 또 산의 경사까지 더해지면 화염이 눕는 효과가 나타나서 열을 좀 더 빠른 속도로 전달하기 때문에 산불의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지게 됩니다."]

 

산불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데요.

 

산불 위험이 큰 통제 지역으로의 산행은 자제하고 등산할 때 담배, 라이터와 같은 인화 물질은 소지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워선 절대 안 되는데요.

 

[정상수/북부지방산림청 산림재난안전과장 : "산림 인접지에서의 불법소각에 대해 산림청에서는 단속을 강화하고, 농업 폐기물을 찾아가서 파쇄해 주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각 산불이 많이 줄어들긴 했습니다만 농업 폐기물이나 논·밭두렁 태우기는 국민이 습관적으로 행하고 있는 오랜 관행으로 여겨지고요.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만약 의도치 않게 불을 냈거나, 산불을 봤다면 최대한 빨리 신고해야 합니다.

 

산림청이나 소방서, 경찰서 어디라도 좋은데요.

 

신고 뒤엔, 작은 불이라면 초기 진화를 시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작은 불은 외투 등을 사용해 두드리거나, 덮어 진화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불길이 커졌다면, 절대 직접 끄려 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대피해야 합니다.

 

[정상수/북부지방산림청 산림재난안전과장 : "농촌지역의 영농 인구가 고령화되고, 또 (농업 폐기물을) 소각하는 분들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들인 경우가 많아서 (들불이) 산불로 번지게 되면, 불을 낸 사람이 당황해 직접 불을 끄려 하는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많이 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을철엔 작은 불씨도 큰 화재로 이어지기 쉬운데요.

 

그 어느 때보다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