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인사이드

“측정 45초 만에 최대치”…무색무취에 질식

2024.10.28 | 14:37

얼마 전 전북 군산의 한 휴게소 인근 텐트에서 3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텐트 안에는 화로가 놓여있었는데요.

 

경찰은 일산화탄소 중독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충북 영동에선 노부부가 손자를 데리고 캠핑을 하다 숨지는가 하면, 경기 여주의 한 야영장에서는 5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이들이 발견된 텐트 안에는 모두 불을 피운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이처럼, 날이 갑자기 추워지는 이맘때 캠핑에 나선다면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질식 사고를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데요.

 

일산화탄소는 냄새와 색깔이 없어서 누출돼도 알아채기 어렵고 적은 양으로도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3년 동안 캠핑하다 텐트 안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사고는 120여 건에 달하는데요.

 

이 가운데 19명은 심정지로 숨졌습니다.

 

일산화탄소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본 실험 영상인데요.

 

텐트 안 곳곳에 가스 경보기를 설치하고, 불을 붙인 장작 화로를 넣었습니다.

 

텐트 문을 채 닫기도 전에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하는데요.

 

일반적인 돔형 텐트에선 45초 만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휴대용 기계가 측정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치솟았고 이보다 크기가 큰 거실형 텐트도 180초 만에 측정 가능한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에 달하면 한두 시간 안에 두통이 생기고 1,600ppm까지 오르면 2시간 뒤 숨질 수 있는데요.

 

[김건배/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일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있는 산소보다 우리 몸 안에 있는 헤모글로빈과 200배 이상 훨씬 더 잘 결합하기 때문에 체내 산소를 전달하는 과정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우리 몸 안에는 산소가 전달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인 빈혈, 저산소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거죠. 특히 신경계나 심장 쪽에 손상을 크게 받으면 돌이킬 수 없는 사망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직접 불을 피우지 않는 난로라면 그나마 괜찮겠지,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텐트 안에 작은 가스난로를 작동시켰더니, 일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하는데요.

 

실험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1,200ppm을 넘어섭니다.

 

1시간쯤 뒤에는 2,000ppm에 달했는데요.

 

2시간 정도 노출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수칩니다.

 

[석영준/한국캠핑산업협회 사무총장 : "관광진흥 법령에 따라서 한 텐트에 제공될 수 있는 전기 용량이 600와트로 제한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전기보다) 가스나 기름을 사용하는 난방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추운 날씨에 캠핑할 때, 난방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무엇보다 텐트 안에 난로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야외에서 사용하던 숯과 장작을 텐트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선 절대 안 되는데요.

 

바닥에 전기장판을 깔고, 침낭과 보온 주머니 등을 활용해 체온을 유지하는 게 안전합니다.

 

[김대식/한국가스안전공사 사고조사부장 : "(난로를 사용할 때) 환기하면 되지 않냐고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신체 기능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구토 같은 걸 유발하다 보니까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어떠한 기능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부득이 난방 기구를 사용해야 한다면,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준비해야 사고를 피할 수 있는데요.

 

경보기는 텐트 가장 높은 곳에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산화탄소가 산소보다 가벼워 위로 올라가기 때문인데요.

 

최근엔 지자체나 야영장에서 경보기를 빌려주는 곳도 많은 만큼 캠핑하러 가기 전, 미리 문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