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인사이드

“충전은 80% 적당…현관에서 충전은 금물”

2024.10.21 | 16:19

전기자전거와 소형 전기차 10여 대가 세워진 지하 주차장. 흰 연기가 피어올라 주차장을 뒤덮더니, 갑자기 시뻘건 불길이 솟아오릅니다.

 

전기자전거 배터리를 충전하다 불이 시작된 건데요.

 

경기 부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도 충전을 끝내고 분리해 둔 전기자전거 배터리에서 불이 났습니다.

 

이처럼 배터리를 이용한 소형 이동 수단의 화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센데요.

 

전기자전거 화재는 지난 2019년 2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2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올해도 이미 20건을 넘어섰는데요.

 

불이 난 장소를 살펴보면, 절반 가까이가 아파트와 주택 같은 주거지에서 발생했습니다.

 

전동킥보드 화재 역시 지난 2022년부터 해마다 100건 넘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 역시 주거지 화재가 절반 가까이 차지합니다.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는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 집 안에다 두는 경우가 있는데 굉장히 위험할 수 있어요. 충전하다가 화재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충전이 끝난 다음에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전체의 30%를 차지해요. 안전하게 바깥에 두는 방법을 찾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하나의 요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형 이동장치에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을 키우는 대표적인 원인은 과충전인데요.

 

배터리의 충전율에 따라 불이 얼마나 빨리 번지는지, 250도의 열로 열폭주를 유도해 실험한 영상입니다.

 

충전율이 100%인 배터리의 경우 6분 만에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9분 뒤, 연기가 자욱해지며 폭발했는데요.

 

충전율이 80%인 배터리의 경우 9분이 지나자, 연기를 뿜더니 10분 뒤 빨간 불꽃이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충전율이 30%인 배터리는 10분 뒤 연기가 나긴 했지만 17분 이후 서서히 꺼졌는데요.

 

충전율이 높을수록 더 빨리 불이 난 겁니다.

 

[나용운/국립소방연구원 공업연구사 : "(배터리 충전율이) 30% 이하일 때는 국제 규격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도 불이 나진 않아요. 충격을 줘도 불이 나지 않고, 열을 가해도 불이 나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30% 이하면 가장 안전한데, 너무 충전율을 낮추면 이걸 쓸 수가 없잖아요. 안전과 사용 사이 성능이나 효율을 따진다면 80%가 적정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화재 예방을 위해선 배터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충전율은 80% 이하로 유지하고, 과충전 보호장치 등의 안전장치가 장착된 인증받은 제품을 사용해야 합니다.

 

또, 출력을 높이려고 임의로 개조하면 화재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절대 피해야 하는데요.

 

충전이 끝난 배터리의 코드를 바로 뽑아두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나용운/국립소방연구원 공업연구사 : "충전하고 있는데 뭔가 내가 평소에 맡지 않았던 냄새, 그러니까 화학적인 냄새가 난다면 그때는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시작된 거거든요. 그럴 때는 재빨리 (배터리를) 욕조에 담그거나 물을 뿌려서 진압하면 좋을 것 같고요."]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해 보관하는 장소도 확인해야 하는데요.

 

우선, 화재에 바로 대응할 수 있게 사람이 주변에 있는 상태에서 충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오랜 시간 외출하거나 잠자는 시간엔 되도록 충전하지 말아야 하는데요.

 

특히 현관문이나 비상구 근처에서는 충전이나 보관을 피해야 합니다.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보통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를 현관에 신발 놓는 곳에 놓고 거기서 충전하는 경우도 많아요. 근데 충전이 다 끝나도 그렇고, 충전 도중에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때 화재가 발생하면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는 탈출로가 아예 막혀버리는 겁니다."]

 

그 밖에도, 외부 충격과 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 수칙들을 반드시 지켜야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