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인사이드

무시 못 할 ‘벌 쏘임’ 1년에 11명 사망

2024.09.05 | 11:21

공원 한가운데 벌 쏘임에 주의하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이곳에서 제초 작업을 하던 두 명이 말벌에 쏘였기 때문인데요.

 

두 명 가운데 머리를 쏘인 70대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하루 전인 15일, 충남 보령에서도 벌초 작업을 하던 50대 남성이 벌에 쏘여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처럼 최근 전국 곳곳에서 벌에 쏘여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소방청의 자료를 보면, 벌 쏘임 사고는 해마다 6천 건 넘게 일어났는데요.

 

이 가운데 80% 가까이는 7월에서 9월 사이 집중됐습니다.

 

벌에 쏘여 숨진 사람도 해마다 11명에 달하는데요.

 

7월 말부터 9월까지는 벌의 개체 수가 급증하고 벌집의 크기도 커져 집을 지키려는 공격성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최문보/경북대 식물의학연구소 초빙교수 : "지금 이제 벌들이 제일 많이 태어나는 시기는 맞습니다. 벌집 안에 벌 개체 수도 대략 한 2~300마리 정도가 만들어지고, 큰 벌집엔 벌이 500마리도 넘게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벌집 근처에 갔을 때 벌들이 사람을 천적으로 생각하고 굉장히 공격적인 행동들을 자주 보이는 그런 시기입니다."]

 

산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벌은 장수말벌인데요.

 

크기가 어른 엄지손가락 정도인 장수말벌은 다른 말벌보다도 몸집이 2배 이상 크고, 주로 땅속에 집을 짓습니다.

 

이 때문에 산행이나 성묘 등의 야외 활동을 할 땐 땅속이나 나뭇가지 사이로 말벌들이 들락거리진 않는지 주변을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는데요.

 

실수로 벌집을 건드려 벌들이 날아들면, 손을 휘저어 자극하지 말고 몸을 낮춘 뒤 20m 이상 빠르게 뛰어야 공격을 덜 받을 수 있습니다.

 

[최문보/경북대 식물의학연구소 초빙교수 : "벌집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았을 때는 벌들이 나와서 바로 쏘는 것이 아니라 경계비행을 합니다. 이때는 급하게 뛰어가기보다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뒤로 빠지면서 벌집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벌에 쏘이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미리 예방하는 건데요.

 

야외 활동을 할 땐 소매가 긴 옷과 챙이 넓은 모자를 써야 합니다.

 

또, 벌이 공격성을 보이는 어두운색의 옷보다는 흰색 계열의 옷을 입는 게 좋은데요.

 

낯설거나 강한 향기도 후각이 예민한 벌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향수나 향이 진한 화장품, 헤어스프레이 등은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조심했어도, 만약 벌에 쏘였다면 쏘인 부위를 소독하거나 깨끗한 물로 씻은 뒤 얼음찜질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는데요.

 

[한혜수/경기 군포소방서 119구조대원 : "벌에 쏘여 독침이 박혔을 때 신용카드나 명함 등을 사용해 밀어내면 상처에서 독침을 빼낼 수 있습니다. 이때 침이 박힌 반대 방향으로 살살 긁어내면서 밀어내야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핀셋이나 손톱으로 제거할 경우 독이 (몸속에) 더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은 지양해야 합니다."]

 

벌에 쏘인 뒤에도 증상을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숨쉬기가 힘들어지거나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어지러움과 메스꺼움, 경련 등 증상이 있다면‘벌 독 알레르기’를 의심해 봐야 하는데요.

 

[김덕호/노원 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벌에 쏘였을 때 단순히 국소적인 통증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두드러기라든지 간지러움, 얼굴의 부종, 특히 입이나 눈 주변에 부종이 생기는 경우와 함께 구토, 실신 혹은 대소변 지림과 같은 증상이 생긴다면 (벌 독에) 과민 반응이 심하게 오는 경우일 수 있기 때문에 꼭 전문가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심혈관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가 벌에 쏘였다면 더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상태를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