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인사이드

제한속도 20km로 낮췄더니 “효과 있다”

2024.03.28 | 10:36

달리는 차량 옆으로 전동킥보드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와 그대로 부딪힙니다.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두 명이 나란히 타 중앙선을 넘나드는가 하면 수많은 킥보드 무리가 도로를 점령하기도 하는데요.

 

전동킥보드 사고는 관련법이 개정되고, 규제가 강화된 지난 2021년 이후에도 여전히 줄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 사고로 숨진 사람도 집계한 3년간 55명에 달하는데요.

 

특히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이맘때부터 사고가 많이 늘어나는 만큼 전동킥보드 이용자뿐 아니라 보행자, 자동차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전제호/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전동킥보드는 구조적으로 바퀴가 작고, 무게 중심이 높기 때문에 작은 포트홀이나 도로 높낮이 차이에도 넘어지기 쉬운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고속도인 시속 25km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고,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잖아요. 사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이런 취약한 구조 탓에, 똑같이 사고가 나도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었다면 더 위험할 수 있는데요.

 

사고가 났을 때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자전거와 비교한 실험 영상입니다.

 

시속 10km로 부딪혔을 땐 전동킥보드가 1.4배, 최고 허용 속도인 시속 25km로 달리다 부딪혔을 때 충격은 자전거의 두 배가 넘었는데요.

 

반면, 속도를 시속 20km로만 낮춰도 충격은 22% 가까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김관희/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시험연구팀장 : "자전거는 (사고가 나도) 바퀴가 물체에 부딪히면서 충격력을 흡수하는데요. 전동킥보드는 바퀴가 워낙 작기 때문에 충격력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전동킥보드에 체중이 60kg인 사람이 타고 있다가 시속 25km의 속도로 충돌하게 되면, 그 사람의 머리 위 1.5m 높이에서 60kg의 물체가 쾅 떨어질 때 받는 충격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엔 각 지자체와 공유 킥보드 업체별로 최고속도를 시속 20km까지 낮추는 곳도 늘고 있는데요.

 

[신규원/대구광역시 교통정책과장 :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PM(개인용 이동장치) 증가율에 비해 사고는 전년 대비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속도 하향에 대한 효과는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올해는 어린이 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등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교통약자 보호구역에서 운행할 땐 시속 15km 이하 속도로 운행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캠페인을 해 안전한 이용 문화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피해를 줄이려면, 이용자 스스로 최소한의 안전 장비를 갖추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온몸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도로에선 아직도 안전 장비를 갖춘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제호/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전동킥보드 같은 경우는 바퀴와 운전자 사이 거리가 거의 없는 수준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어떤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 곧바로 얼굴 부분이 장애물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안전모 착용을 반드시 해서 얼굴 부분을 보호해야 합니다."]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의 안전모 착용률은 오히려 해마다 줄어 10명 가운데 한두 명 수준에 불과한데요.

 

또, 최근엔 술을 마신 뒤 전동킥보드를 타다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습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중심 잡기가 더 힘들어지는 데다, 판단력도 흐려져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가까운 거리라도 술을 마셨다면 절대 전동킥보드를 이용해선 안 됩니다.

 

특히, 전동킥보드를 타다 음주 운전 단속에 걸리면 가지고 있던 자동차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