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인사이드

“두꺼운 패딩 대신 여러 겹 껴입는 게 낫다”

2024.01.04 | 14:24

산악구조대원들이 눈 덮인 산속을 헤맵니다.

 

무릎까지 푹푹 빠져 걸음을 옮기기도 어려운데요.

 

설악산에서 연락이 끊긴 한 산악회 소속의 두 사람을 찾고 있는 겁니다.

 

이날, 가까운 미시령의 최저기온은 영하 13.8도,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밑돌 정도로 추운 날이었는데요.

 

두 사람은 사흘 만에 결국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들이 발견된 곳은 해발 약 1,200미터 지점의 출입이 제한된, 이른바 '비법정 탐방로'였는데요.

 

비법정 탐방로는 등산객들의 사고를 방지하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출입 통제 구역입니다.

 

구조를 위한 위치 표식이 없는 데다 외진 길이라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도 많아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요.

 

[홍성표/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행정과장 : "비법정 탐방로에는 안전 쉼터나 다목적 안내 표지판 등 최소한의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산행하면서 목적지의 방향이나 남은 거리, 또 현 위치를 알 수 없어 조난하기 쉽고, 특히 통신 불가 지역이 많아 안전사고 발생 시 신고가 어렵고, 구조대가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어서 구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 밖에도 겨울 산행은 추위와 눈길로 사고 위험이 크고, 기상 이변도 심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요.

 

먼저, 산행을 떠나기 전엔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서 가려는 산 날씨와 통제 구역 등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엔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도 저체온증이나 동상에 걸리기 쉬운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데요.

 

실제로 기온이 0도인 날씨에 바람이 초속 10m로 불면 체감온도는 영하 7도까지 떨어집니다.

 

영하 10도에서 초속 10m의 바람에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데요.

 

이 때문에 체온 유지를 위한 방한 의류를 철저히 갖춰야 합니다.

 

[이명희/한국등산학교 강사 : "옷을 겹쳐 입는 방식으로 몸에 땀이 나지 않게 옷을 입었다가 벗었다가 하면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처음부터 춥다고 두꺼운 패딩을 입고 산행하면 금방 땀에 젖게 되거든요. 그럼 쉴 때 되면 더우니까 옷을 또 벗게 되고, 이런 행동을 계속 반복하면 저체온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요."]

 

준비를 잘했더라도 산에서 길을 잃거나 조난했다면 최대한 빨리 119에 구조를 요청해야 하는데요.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체온 유지’입니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눈이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가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줘야 하는데요.

 

[민준영/환동해특수대응단 119 산악구조대 소방장 :"(조난된 곳의) 기상 상태가 좋다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다거나 안전한 곳이라면 그곳에 그대로 있어야 하고요. 그렇지 않은 경우 (기상 악화로) 내가 걸어온 길이 안 보이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계속 움직일 수 있다면 계속 움직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저체온증이 금방 시작됩니다."]

 

그 밖에도 겨울 산을 안전하게 오르려면 접지력과 마찰력이 강하고, 발목이 높은 겨울용 등산화를 신어야 하는데요.

 

등산화 바닥엔 미끄럼 방지 장치인 '아이젠'을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몸을 지탱해 균형을 잡아주는 등산용 지팡이도 필순데요.

 

또, 방수 기능이 있는 토시로 다리를 감싸 신발 사이로 눈이 들어오는 걸 막아야 동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명희/한국등산학교 강사 : "아이젠 같은 경우에는 조금 험한 산이라든지 장시간 산행한다면 체인형을 선택하는 게 좋고요. 그다음에 가볍게 산행할 경우에는 밴드형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눈밭에서 길을 잃었을 땐 산 곳곳에 설치된 국가지점번호판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산에 오르기 전엔 미리 스마트폰의 GPS 기능을 켜두고 여분의 보조 배터리도 꼭 챙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