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밖으로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잠시 뒤 흰색 1톤 화물차가 나타나 사람들을 그대로 덮치는데요.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습니다.
승용차 한 대가 도로를 빠르게 질주하는데요. 인도를 덮치고, 전신주를 강하게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 섭니다.
하교 중이던 중학생과 고등학생 두 명이 차에 치여 숨졌는데요.
모두 70세 이상 고령자가 몰던 차량이었습니다.
이처럼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거의 3만 5천 건 가까이 발생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매달 평균 3천 건 가까이 발생한 셈인데요. 최근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칩니다.
[장효석/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고령 운전자 수가 해마다 10% 정도 증가하는 추세고요.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고령 인구 또한 증가하면서 외부 활동이 자연스럽게 많아지고, 교통사고 역시 증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 운전자의 경우, 한 번 사고가 나면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4명 가운데 1명은 6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망자 수로만 비교하면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데요.
나이가 들수록 인지, 판단, 조작 능력 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장효석/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시야각이 좁아져 주변 교통 상황을 인지하는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리고, 인지하더라도 반응이 느리기 때문에 대처를 못 하다 보니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운전에 모두 부적합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데요.
개인별로 신체 조건이나 상황이 다른 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지역도 아직 많습니다.
[고령자 김영길/서울 은평구 : "(운전을 안 하려면) 교통수단이 좋아야죠.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병원이라도 가려면 교통수단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내 차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죠."]
[안수용/서울시 마포구 : "요즘 80세, 90세가 돼도 건강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각자의 신체 나이나 정신 나이를 확인해서 거기에 맞춰서 운전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운전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면허를 반납하면 주는 교통비 지원금도 넉넉지 않은 데다, 대중 교통망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이마저도 소용없기 때문인데요.
고령층의 면허 반납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열악한 대중교통 환경을 개선해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부르면 달려오는 ‘수요 응답형 버스’나 ‘백 원, 천 원 택시’,행복 버스’ 등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는데요.
[이수범/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 "외국에서는 대중교통 바우처나 택시 이용권 등을 정기적으로 한 달에 몇 번씩 지급해서 운전을 안 해도 노인들이 이동하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게끔 해주는 그런 실질적인 정책들을 펴고 있고, 그런 나라들은 아무래도 (고령층 운전면허) 회수율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고령 운전자의 인식 개선도 필요합니다.
반사 신경이나 운동 능력 등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안전한 운전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요.
초행길이나 장거리, 야간, 고속도로에서의 무리한 운전은 최대한 자제하는 게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