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인사이드

충전하다 화재…“현관문 근처 충전 피해야”

2023.10.25 | 15:37

전동킥보드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검게 탔습니다. 집 안엔 바닥부터 천장까지 불에 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요.

 

불은 현관에서 6시간 넘게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 배터리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밖에도 지난 9월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한밤중 펑 소리와 함께 불이 나 학생과 교직원 등 7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는데요.

 

경찰은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를 화재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의 이용이 늘면서 관련 화재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소방청의 자료를 보면,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으로 발생한 화재는 해마다 늘어 2018년 13건에서 지난해엔 138건으로 5년 사이 10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올해도 지난 9월 말을 기준으로 벌써 100건을 넘어섰는데요.

 

[정석환/세종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주로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각각의 배터리 여러 개가 연결된 건데 그중에서 한 개라든지 아니면 전체가 전압이 높아지면 화학적 열폭주에 의해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실험해 봤는데요.

 

과충전 방지 장치가 손상된 상황을 재현한 뒤 정격전압보다 높게 전압을 가해 과충전 환경을 만들어봤습니다.

 

두 시간여 만에 빨간 불꽃이 치솟더니 이어 폭발하듯 사방으로 불꽃이 튀는데요.

 

[이은규/서울소방재난본부 예방팀장 : "에너지 밀도가 높고, 부피가 작고 가벼운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를 많이 사용합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열화 현상이 반복되면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게 되고, 과충전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인증받은 제품엔 보호회로가 설치돼 있습니다.

 

보호회로는 과충전 됐을 때 전류를 차단해 화재나 폭발을 방지하는 장친데요.

 

인증받은 제품인지 확인하려면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에 KC 마크가 붙어있는지 보면 됩니다.

 

제품의 모델명을 ‘제품안전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인증받은 제품이라도 규격에 맞는 전용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차단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돼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석환/세종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요즘 충전기들이 표준 잭을 사용하다 보니까 물리적으로만 잭이 맞으면 그냥 충전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배터리에 과전류가 흐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전류들이 배터리의 화학적 손상이나 물리적 손상을 가져와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을 갖게 되는 거죠."]

 

이 때문에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사용한다면 충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데요.

 

배터리를 충전할 땐 주변에 불에 잘 타는 물질이 있진 않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 충전 중엔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지 말고 잠자는 시간엔 되도록 충전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현관문이나 비상구 근처에서 충전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불이 났을 때 대피로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만약 충전 중에 배터리 부분이 부풀어 오르거나 모양이 변하고, 냄새가 나는 등의 이상 징후가 있으면 즉시 충전기를 분리하고, 판매사 또는 제조업체에 문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