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인사이드

식용유 화재에 물 뿌리면 더 위험

2023.09.26 | 14:41

튀김 요리를 만들던 조리도구가 새까맣게 불에 탔습니다.

 

불은 주방으로 옮겨붙어 다른 식기들까지 모두 태웠는데요.

 

요리에 사용하던 식용유에 불이 난 겁니다.

 

식용유를 넣은 프라이팬을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불을 붙여 봤는데요.

 

5분이 지나자,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10분 뒤 온도가 360도를 넘어서자, 불이 붙기 시작하는데요.

 

최근 5년간 이처럼 음식물을 조리하다 부주의로 불이 난 경우는 서울에서만도 오천 건에 달합니다.

 

특히 9월은 이 비율이 일 년 중 가장 높았는데요.

 

추석 명절 음식 준비 등으로 인해 화기 사용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영주/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 "명절 같을 때는 조리를 안 하던 집에서도 손님들이라든지 가족들끼리 모여서 음식을 하는 경우들이 더 많아지거든요. 또 한편으로 명절 같은 때 음식을 여러 개 해야 하다 보니까 휴대용 가스버너 같은 것들을 사용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 불판을 매우 큰 판을 쓰게 되는 경우에 과대 불판 사용으로 인해서 위험한 상황들이 발생할 수도 있고요."]

 

주방에서 조리하다 불이 났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초기 대처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급한 마음에 불이 붙은 냄비에 물을 뿌리면 어떻게 될까.

 

커다란 불기둥이 솟구치며 사방으로 불똥이 튑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보니 뜨거운 열이 천장까지 순식간에 솟아오르는데요.

 

[황영중/서울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관 : "식용유 화재는 주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물을 공급하기가 쉬워 순간적으로 물을 사용해 화재를 진압하는데요. 그러면 매우 위험합니다. 물을 끼얹게 되면 기름 온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갑자기 물이 수증기화되면서 열팽창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기름이 같이 흩날리게 되죠. 흩날리면서 주변에 가연물로 옮겨붙게 되고 그게 큰 화재로 연결됩니다."]

 

그렇다면 기름에 붙은 불은 어떻게 꺼야 할까.

 

일반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해 봤는데요.

 

불이 붙은 기름이 사방으로 튈 뿐, 불길을 잡긴 어렵습니다.

 

실제로 지난 8월, 전북 완주의 한 식당에서 튀김용 기름에 불이 붙자 종업원이 분말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는데요.

 

소방차가 출동하고 나서야 불길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영주/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 "(분말 소화기도) 어느 정도 진압 효과는 있겠습니다만 근본적으로 불이 꺼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이제 이 분말 소화기의 강한 방사 때문에 오히려 기름이 반대쪽으로 넘쳐흐르면서 화재가 오히려 벽면이라든지 다른 쪽으로 확산할 수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건 주방용 소화기, 이른바 ‘K급 소화기’입니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데요.

 

급한 대로 집에 있는 걸 써야 한다면 불이 난 프라이팬이나 냄비 위를 뚜껑으로 덮어 산소를 차단해 주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황영중/서울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관 :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법으로 배춧잎이나 양배추잎 같이 표면적이 넓은 채소를 사용하거나 마요네즈를 사용해서 화재를 진화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 부분은 화재 초기에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연료를 차단하고 식용유 화재를 덮을 수 있는 덮개를 덮고, 젖은 수건을 잘 짜서 (그 위를) 덮어서 냉각시키는 게 가장 좋은 화재 제압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부침이나 튀김 요리를 할 땐, 잠깐이라도 요리 도중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게 중요한데요.

 

또, 제품 포장지 등의 가연성 물질은 가스레인지 가까이 두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