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인사이드

멈추지말고 저단 기어로 단번에 통과해야

2023.07.10 | 16:59

시간당 140밀리미터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해 여름, 서울.

 

차들이 물에 반쯤 잠긴 채 도로를 조심스럽게 헤쳐 나갑니다.

 

물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고 고립된 차들도 많은데요.

 

지난해, 이 같은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차량은 모두 2만 천여 대.

 

피해 금액도 2천100억 원을 넘어서며 역대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특히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소보다 더 많은 비가 예고되면서 차량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김승배/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 "엘니뇨가 지난 5월에 시작됐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 7~8월에 비가 자주 내리는 때가 많을 것으로 전망이 되고요. 실제 강한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5년 11월에는 보름 가까이 비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만약 폭우가 내리면 도로에 나가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앞서가는 차를 기준으로, 도로 위 물의 수위를 세심히 살펴 운행할 필요가 있는데요.

 

[이성렬/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도로가 침수됐다면 가능하면 도로를 우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근데 부득이하게 해당 구간을 지나가야 한다면 지나가기 전에 물이 차 있는 높이가 자동차 바퀴 절반 이상 된다면 차량이 침수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진입하지 말아야 합니다."]

 

도로의 수위를 확인한 뒤 주행을 시작했는데도 갑자기 물이 차오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땐 멈추지 말고 느린 속도로 계속 움직여 그곳을 빠져나와야 합니다.

 

[이성렬/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침수 구간을 지나갈 때는 많은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보다는 힘을 낼 수 있는 저단 기어를 통해서 차량이 한 번에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요. 오토매틱 차량의 경우는 기어봉 옆에 플러스마이너스로 표시된 부분이 있는데, 그쪽으로 기어봉을 옮기면 차량 전광판 쪽에 기어 단수가 표시됩니다. 1단 또는 2단을 확인한 후에 단번에 침수 구간을 통과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침수된 도로에 무리하게 진입했을 때 차량에 어떤 손상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1톤 화물차를 바퀴까지 물에 잠기게 하고 실제 주행처럼 가속페달을 밟아봤는데요.

 

엔진 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검은 연기를 내뿜으면서 이내 시동이 꺼집니다.

 

엔진 안의 물을 배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 빠짐 밸브’로 오히려 물이 역류해 들어갔기 때문인데요.

 

[이호근/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 "(침수된 차에) 시동을 켜게 되면 자동차 내부에 부압이 발생하게 되고 물 빠짐 밸브가 있는 위치까지 물에 잠기게 되면 진공청소기처럼 물을 안으로 빨아들이게 되거든요. 그러면 시동이 꺼지게 되고 엔진 내부까지 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막대한 수리비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차 안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면 최대한 빨리 탈출해야 합니다.

 

이때 수압으로 문이 잘 열리지 않는다면 두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는데요.

 

우선, 물이 차 안에 어느 정도 차오르는 것을 침착하게 기다리는 겁니다.

 

물이 배나 가슴 높이까지 차오르면 안팎의 수압 차이가 낮아져 문을 열 수 있는데요.

 

또 다른 방법은, 창문을 부수고 탈출하는 겁니다.

 

[이호근/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 "차 유리는 강화 유리에 접합제가 붙어 있기 때문에 쉽게 깨지지 않고, 특히 날카로운 물체로 두드린다고 해도 창문의 중앙 부위를 두드리게 되면 잘 깨지지 않습니다. 안전띠의 잠금장치 부분을 단단히 쥐고 가장자리를 두드리든지, 아니면 목 받침대를 빼면 그 끝부분이 날카롭게 돼 있거든요. 그런 부분으로 두드리거나, 탈출용 망치 같은 게 구비돼 있으면 이런 것을 이용해서 유리창을 깨고 탈출하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물이 빠진 뒤라도 한 번 침수됐던 차에 무리하게 시동을 걸어선 안 되는데요.

 

차 안에 남아있던 물이 엔진 주변까지 들어가 피해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