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멘 어린이에게 갑자기 검은 개가 달려듭니다.
2분 넘게 개의 습격을 받은 이 8살 어린이는 목과 팔, 다리를 심하게 물려 봉합수술을 받아야 했는데요.
이 밖에도 지난 4월엔 전북 전주와 충남 홍성에서, 2월엔 경남 합천에서도 개 물림 사고가 잇달았습니다.
소방청의 자료를 보면, 개 물림 사고 환자는 해마다 2천 명을 넘었는데요.
매일 6건씩 사고가 나는 셈입니다.
개 물림 사고 대부분은 개 주인들의 부주의에서 비롯되는데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많아졌지만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아직도 많기 때문입니다.
[박양진/수의사 : "내 개는 공격적이거나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개 주인이 개를 방치하는) 경우가 제일 많은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목줄을 좀 느슨하게 하거나 또는 목줄을 채우지 않더라도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게끔 내가 반려견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개 주인들이 있는 것 같고, 또 시골에서는 개들을 많이 풀어서 키우잖아요. 굳이 개들을 묶거나 통제해야 하는가에 대한 어떤 기본적인 의식 자체가 좀 부족한 경우들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개 주인들의 안일한 태도는 자칫하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하는데요.
[박중완/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개에게 가장 흔하게 물리는 부위는 성인이라면 팔다리 부위인데요. 손의 경우에 피부가 얇고, 관절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감염에 취약하고, 또 강하게 물리게 되면 손뼈에 골절이 발생할 수 있고, 반면에 어린이 같은 경우에는 키가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얼굴이나 머리, 목과 같은 부위를 많이 물리게 되는데요. 경동맥과 같은 큰 혈관의 손상으로 심각한 출혈도 발생할 수 있고요. 심한 장애를 남기거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길을 걷다 목줄도, 입마개도 없는 사나운 개와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그 자리에 멈춰서 개를 자극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이웅종/반려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 : "등을 보이고 도망가게 되면 움직이는 것을 따라가서 잡으려는 개의 습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막 소리를 지르면서 무엇인가를 던지는 행위, 때리려고 하는 행위를 하게 되면 개의 시각에서는 그 사람이 사냥감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공격성을 유발할 수가 있어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입니다."]
그런데도 개가 달려든다면, 가지고 있는 소지품을 이용하는 게 좋은데요.
가방이나 모자, 신발 등을 이용해 개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겁니다.
[이웅종/반려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 : "모자를 쓰고 있다면 개가 달려오는 순간 모자를 반대쪽으로 던져주면 됩니다. 모자가 없을 때는 신발을 이용하는 방법도 좋고요. 갖고 있는 핸드백, 가방 이런 것을 다른 쪽으로 던져주게 되면 개의 시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개가 다른 곳을 주시하면 그 순간 스스로 방어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개에게 이미 물렸다면,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기보단 침착하게 버티고 있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요.
큰 움직임과 소리가 개의 사냥 본능을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웅종/반려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 : "(개에게 물렸을 때) 계속 소리를 지르게 되면 오히려 개의 공격성과 흥분도를 높여 더 많이 물리게 됩니다. 이럴 때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그대로 힘을 줘서 버텨야 합니다. 버티게 되면 개는 본능적으로 물다가 사냥감이 스스로 버티고 움직이지 않으면 물었던 것을 놓는 습성이 있거든요."]
만약 여러 마리의 개가 한꺼번에 달려든다면 넘어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데요.
무리 지어 있는 개는 사냥감이 쓰러지면 사방에서 물고 당기는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주변의 나무나 전봇대, 벤치 등을 끌어안고 넘어지지 않게 버티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