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병원입니다.
수많은 영유아와 보호자로 대기실에는 발 디딜 틈이 없는데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고, 봄철 야외활동이 늘면서 호흡기 질환 환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김소영/서울시 성북구 : "저녁부터 밥을 잘 못 먹기 시작하더니 고열이 났어요. 그리고 몸이 많이 쑤신다고 해서 밤새 뒤척였고요. 콧물도 많이 심해졌고요."]
특히 최근엔 고열과 인후통 등의 감기 증상을 보이는 급성 호흡기 감염증, 아데노바이러스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요.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79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배 넘게 늘었습니다.
특히 환자 대부분은 6세 이하의 영유아였는데요.
[유병근/소아청소년과 전문의 : "마스크를 벗고 사람 간 접촉이 많이 늘다 보니까 코로나19로 인해서 지난 2~3년간 많이 안 아팠던 어린이들이 아무래도 호흡기 감염에 많이 노출되고 그래서 감기 바이러스를 포함해 여러 바이러스가 지금 많이 늘어나 있는 상태고요."]
아데노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과 기침, 누런 코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특히 눈곱이 많아지고.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결막염을 동반하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눈곱 감기’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엄중식/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 "아데노바이러스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과 조금 다른 점 중의 하나가 안구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침, 가래, 콧물 같은 것도 나오지만 눈의 결막이 충혈되면서 빨갛게 부어오르기도 하고, 눈물도 많이 나면서 진물 같은 것들이 생성되면서 눈곱이 많이 끼는, 이런 안구 증상들이 동반되는 게 특징적인 증상 중의 하나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데노바이러스는 전염력도 매우 높은데요.
환자의 손, 침방울을 직접 만지거나 오염된 수건, 장난감을 통해서도 옮을 수 있습니다.
또, 바이러스에 오염된 수영장 물을 통해서도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유병근/소아청소년과 전문의 : "전염력이 매우 높고, 점막으로 잘 침범하거든요. 호흡기 점막뿐만 아니라 위장 점막에도 잘 달라붙기 때문에 일단 감염이 되면 이걸 어떻게 해소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예방법은 당연히 개인위생인데요. 손 씻기라든지, 지금 잠시 중단하고 있는 마스크 쓰기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쓰는 게 도움이 됩니다."]
아데노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잠잠했던 독감도 올해 환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보면, 올해 3월과 4월 사이 독감으로 입원한 환자는 1,200여 명에 달하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배 넘게 급증한 수칩니다.
아데노바이러스가 영유아를 중심으로 유행 중이라면, 독감은 3월 들어 등교를 시작한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데요.
환절기에 찾아오는 단순한 감기인 줄 알고 방치했다가는 병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엄중식/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 "인플루엔자는 일반 감기와는 완전히 다른 병입니다. 감염증이 발생한 뒤에 세균 감염이 이차적으로 생기면서 세균성 폐렴이 동반되고 패혈증으로 진행되면서 사망하는 사례들이 생길 수 있고요. 심장이나 뇌를 침범해서 뇌염이나 심근염 등을 일으켜 상당히 중증으로 진행해 사망하는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 때문에 고열이나 기침 등의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 원인을 찾고 치료받아야 하는데요.
체온이 정상으로 회복되고 하루가 지나기 전까진 전파의 위험이 남아있는 만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등엔 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