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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태우다 산불…“태우지 말고 파쇄”

2023.03.06 | 16:27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이나 산촌에서는 논밭이나 농업 부산물을 불법으로 태우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불이 주변으로 옮겨붙어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올해에만도 인천 강화, 전북 정읍, 경남 함안등에서 논밭 태우기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최근 3년 사이 논밭을 태우다가 벌어진 화재는 1천 80여 건으로 65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는데요.

 

[황우정/인천 강화소방서 예방안전과장 : "대부분 논밭 태우는 걸 단순하게 생각하는데 논밭은 불에 쉽게 탈 수 있는 잡목과 잡풀 등이 많고, 더구나 3~4월에는 강한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화재의 위험성이 매우 큽니다. 무단으로 불을 피우다 보니까 (불이 번지면) 본인이 먼저 끄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그런데 사실 현장에 준비된 물도 없고, 소화기도 준비된 게 없기 때문에 본인이 끄기는 매우 어렵죠."]

 

예로부터 농민들은 농사철을 앞두고 잡풀을 태워 재를 거름으로 쓰고, 병해충을 없앤다고 일부러불을 내 논밭을 태워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농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데요.

 

농촌진흥청의 조사 결과를 보면 논이나 논두렁에 있는 해충은 전체의 4에서 9%뿐이고, 나머지 대다수는 농사에 도움이 되는 이로운 곤충이었습니다.

 

논두렁을 태우면 해충보다 10배나 많은 익충을 죽여 농사짓는 데 오히려 불리해지는 건데요.

 

[김광호/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 "해충인 벼물바구미나 먹노린재 이런 것들은 우리가 태우는 논두렁에 있지 않고 인근 야산에서 월동하다가 넘어오고, 또 논에 피해를 많이 일으키는 벼멸구나 흰등멸구 등은 동남아시아의 따뜻한 지역에서 우리나라로 날아옵니다. 그러니까 논두렁 밭두렁을 태워도 없애려는 해충들의 방제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논밭 태우기는 더 큰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2017년부터 5년간 논이나 밭, 농사를 짓다나온 쓰레기 등을 태우다 산불로 이어진 경우는 모두 2천백여 건에 이르는데, 해당 기간 발생한 산불의 45% 정도 되는 수치입니다.

 

[황우정/인천 강화소방서 예방안전과장 : "논밭에서 잡풀이나 쓰레기 등을 태우는 것은 불법입니다. 자칫 산불로 번지게 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과태료나 벌금등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또 불을 피우다가 119에 (산불로) 오인 신고돼 (소방차가출동하면) 최고 2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이처럼 효과도 없고 위험한 논밭 태우기가 계속되는 또 다른 이유는 농사를 지은 뒤 나온 많은 양의 부산물을 농민 스스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물의 줄기나 뿌리 등은 부피도 크고 단단해 잘 썩지 않는 데다 양도 많아 태우는 것이 가장 손쉬운 처리 방법인데요.

 

마을 단위로 정해진 장소에 모아 한꺼번에 처리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고령의 농민들이 무거운 부산물을 직접 들고 옮겨야 하다 보니 힘에 부칠 수밖에 없습니다.

 

[구본영/인천시 강화군 : "들깨도 태우고, 고춧대도 태우고, 그걸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그냥 태웠죠. 어디 버릴 자리도 없으니까..."]

 

이 때문에 농촌진흥청에서는 각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파쇄기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깨를 털고 난 줄기나 고춧대도 손쉽게 가루로 만들어 밭에 뿌리면 퇴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영철/인천시 강화군 : "농업 부산물을다 정리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낫 같은 걸로 베다가 연장에 다칠 수도 있잖아요. 저렇게 간단하게 파쇄기로 처리해 주니까 우리로서는 좋죠."]

 

이처럼 파쇄 작업을 희망하는 농민들은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해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