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기후 위기]‘날씨 예측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첫걸음 뗀 한국형모델

2020.12.09 (20:54)

 

 

[편집자 주 : 2020년에는 6월 말부터 54일 동안 역대 가장 긴 장마가 이어졌습니다.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강력한 3개의 태풍(바비·마이삭·하이선)이 잇따라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집중호우와 강력한 태풍의 원인으로 심각한 기후 변화를 꼽고 있습니다. 재난의 강도와 양상이 달라진 만큼 이에 대처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 3명의 기고문을 연속으로 싣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기상 예측 모델 전문가인 최인진 KBS 재난방송 전문위원((재)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선임급연구원)이 보내온 글입니다.]

 

2020년 한반도의 여름은 우리의 경험치를 넘어선 유례 없는 여름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총 54일에 달하는 최장 장마 기간(중부지방 기준) 강한 강수대가 한반도 곳곳에 형성되면서 집중호우를 뿌린 탓에 침수 및 산사태 피해가 연일 뉴스에 보도됐습니다.

 

기나긴 장마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열흘 사이 강한 태풍 3개가 연달아 한반도를 향하여 여러 지역에 큰 피해를 줬습니다. 이처럼 이례적인 기상 현상들이 잇달아 우리의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예보와 그 정확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아진 상황입니다.​​

 

 올해 한반도에 상륙한 3개의 태풍. 자료 : 천리안 2A 위성

 

올해 한반도에 상륙한 3개의 태풍. 자료 : 천리안 2A 위성​

 

 

■ 예보 정확도 = 예보관측자료 + 수치예보모델 + 예보관 역량

 

날씨 예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예측자료 생산을 위해서 먼저 다양한 기상 관측을 수행하고 이로부터 초기 자료를 생성합니다. 그다음 초기 자료를 이용해 ‘수치예보모델’을 구동해야 합니다. 수치예보모델은 현재의 값을 기반으로 이를 시·공간적으로 미적분하여 미래의 값을 계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인데요. 인간이 과학적으로 미래의 날씨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예측이 생산됐다고 해서 바로 예보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측자료를 토대로 예보관의 전문지식과 축적된 경험을 더 해 예측결과가 조정된 후 우리가 접하는 날씨 예보가 최종적으로 산출됩니다.

 

통상적으로 예보정확도는 관측자료의 품질(32%), 수치예보모델의 성능(40%), 예보관의 역량(28%)에 의해 좌우되며, 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실제 예보에서 수치예보모델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보정확도 결정 요인. 출처: 예보역량 진단을 통한 기술력 평가에 관한 연구(기상청, 2007)

 


 

그렇다면 정확한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기술’로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수치예보모델은 현대의 수학, 과학 기술력으로는 오차가 발생하게 돼 있어 세계 1위 모델도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필연적으로 가지는 오차가 예측시간이 길어질수록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닷새 전 예측이 하루 전 예측보다 정확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 기상학자들은 이러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 여러 분야와 협업을 수행하고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 한국은 ‘자체 수치예보모델’ 가진 세계 9번째 국가

 

2020년 우리나라는 자체 수치예보모델을 보유한 세계 9번째 국가가 되었습니다(올해 여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 노르웨이 기상청과 ‘윈디 앱’ 등은 자체 수치예보모델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타 기관의 수치예측 결과를 가져와 표출한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날씨 예보에 있어 해외 기술력에 의존했던 역사는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5년 일본 모델(Global Spectral Model, GSM)을 도입했고, 이후 성능 정체를 해결할 수 없어 2010년부터는 세계 2위의 영국 모델(Unified Model, UM)을 도입해 현업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자체 수치예보모델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개발을 위한 전담조직((재)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이 설립됐고, 2011년부터 9년간의 사업을 통해 국내 연구진만으로 원천기술부터 현업화까지 가능한 수준의 한국형수치예보모델(Korean Integrated Model, KIM, 이하 한국형모델)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2020년 4월 현업 운영을 시작으로 한국형모델은 지난 장마 및 태풍뿐 아니라 현재의 날씨 예보에도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5개월 정도 된 셈입니다. 다만 급격한 현업모델 교체에 따른 우려와 예측자료 변화에 따른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당분간 기존 현업모델(영국모델, UM)과 병행하여 운영할 예정입니다.

 

 

■ 한국형모델의 예측 성능 수준, 어디까지 와 있나?

 

그렇다면 한국형모델의 예측 성능 수준은 어떨까요? 2019년 최종 개발 버전 기준으로 세계 6위의 예측 성능을 확보했고, 기존 현업모델 성능 대비 98%를 웃도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의 위험기상 사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예측 성능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물론 수십 년 동안 수치예보 기술과 인적 인프라를 축적하여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예측 성능을 보유한 유럽연합과 영국 수치예보모델의 예측 성능과는 다소 차이가 존재하는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

 

다만 현업 운영을 시작하고 이제 첫 번째 여름이 지난 만큼 폭염, 호우, 태풍 등 위험기상 현상별 예측 성능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평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좀 더 검증 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며 지속적인 개선 작업이 필요합니다.​​ 

 

폭염 예측 성능 비교. 관측 기온(좌), 한국형모델(중), 기존 현업모델(우) : 한국형모델(KIM)이 현업모델(UM)보다 폭염 지역 예측 우수, 노란색 지역이 30℃ 이상 폭염지역(2019.7.6. 사례). 출처: 기상청

 

폭염 예측 성능 비교. 관측 기온(좌), 한국형모델(중), 기존 현업모델(우) : 한국형모델(KIM)이 현업모델(UM)보다 폭염 지역 예측 우수, 노란색 지역이 30℃ 이상 폭염지역(2019.7.6. 사례). 출처: 기상청

 

한국형모델을 개발하고 보유하는 장점은 무엇보다 우리 기술을 이용해 즉각적이고 능동적으로 모델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장마 기간 중 발생한 정체전선에 동반된 국지성 집중호우는 세계 어느 모델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공간 규모가 매우 작은 국지성 집중호우의 경우 현존하는 예보모델의 격자 해상도로는 표현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욱 상세하고 정밀한 관측의 확보와 더불어 현재 10km 수준의 모델 격자를 수 km 수준으로 조밀하게 설정한다면 국지적 기상 현상에 대해서도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태풍의 경우,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3개의 강한 태풍은 평년 대비 1~2도 높은 해수면 온도가 그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한국형모델과 병행모델 모두 해수면 온도는 관측과 모델 예측자료를 섞은 분석자료(Operational Sea surface Temperature and sea Ice Analysis, OSTIA)로 예측 시작 시점에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 태풍의 발달과 이동에 따른 해양의 변화를 그때그때 반영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향후 해수면 온도를 비롯하여 해양 내부의 구조까지 예측 가능한 해양모델을 한국형모델에 결합한다면 해수면 온도의 실시간 변화 양상을 반영할 수 있어 태풍의 예측 성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리라 기대됩니다.

 

이처럼 예측 성능 향상과 관련된 여러 이슈에 능동적 대처가 가능해진 것이 한국형모델 구축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첫걸음 내디딘 한국형예측모델, 더 발전시켜야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다양한 날씨를 경험할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거의 모든 기상재해가 발생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에 의한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기상 현상이 더욱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날씨에 관한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날씨 예보로 인해 많은 불만과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많은 분의 관심이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내디딘 한국형모델을 개발하고 개선해 나가는 데 있어 매서운 채찍질이자 크나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날씨 예측을 위한 예보모델의 개발에 몸담은 연구자로서 더 큰 책임을 느낍니다.​

 

 

 

최인진 | KBS 재난방송 전문위원((재)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선임급연구원)

 

최인진 | KBS 재난방송 전문위원((재)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선임급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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